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진 피격과 보복의 악순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 바흐리 소속의 초대형 유조선 시드르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필리핀 국적 승조원 2명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사우디 외무부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강력히 규탄했고, 모든 당사자에게 확전 방지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피격에는 시드르호뿐 아니라 우리나라 장금상선이 소유한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선박은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항구에서 원유 200만 배럴을 선적한 뒤 해당 해역을 지나던 중이었죠. 세계 원유 물량의 상당수가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조선에는 유조선' 방침과 이란의 맞서기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대립이 격화되는 와중에 터져 나왔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최근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을 포함한 약 100개 표적을 공습했는데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유조선에는 유조선으로'라는 새 대응 원칙에 따른 조치입니다. 미군은 이란의 상선 공격에 맞서 해상 봉쇄가 아닌 직접적인 보복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공습은 이란의 위협 능력을 구축할 때마다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이른바 '잔디 깎기' 전략의 일환으로도 풀이됩니다. 물론 이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란은 요르단과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무인기를 발사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미국 측은 대부분의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충돌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보복 시 더 강한 수준의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시험대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 이상이 지나는 해상 요충지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이 이 지역에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사실 이번 사태를 두고 양측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란 측은 불법 경로를 운항한 유조선이 기뢰밭에서 폭발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미국은 민간인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란 언론은 미군 공습으로 민간인 결혼식장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하며 국제사회의 비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확전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냉정과 대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요.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흔들리면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민간인의 안전 모두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외교적 공간을 완전히 집어삼키지 않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