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월세화’ 가속과 대응책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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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2일 오후 12:58

발행: 2025년 12월 12일 오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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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세시장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은행 전세대출이 3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월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상승, 전세사기 우려, 인구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금융사는 월세 수요자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하며, 내년 전세난 지속 전망 속에서 ‘안심 반값 전세’ 같은 새로운 주거 모델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세시장의 뚜렷한 전환점

국내 주거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세대출이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2022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던 전세대출은 2023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올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약 6000억원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신규 대출보다 기존 대출의 상환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 전세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전통적인 전세 중심의 주거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러한 흐름은 여러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감소했고, 특히 서울의 노원구, 도봉구, 금천구 등 서민 밀집 지역에서는 매물이 50% 이상 줄어드는 등 충격이 컸습니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주거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인구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전세대출 금리 상승과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시장 심리를 악화시켰습니다.

월세 시장이 부상하는 이유

전세가 줄어드는 만큼 월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월세 거래 규모는 2022년 이후 약 2.2배 증가해, 올해 연간 약 16조 7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경제적 합리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세가 월세에 비해 월 부담금이 훨씬 낮아 선호되었지만,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전월세 전환율(전세가를 월세로 환산한 비율)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습니다. 결국 전세를 들기 위해 큰 금액을 대출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지로 부상한 겁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전세사기 우려도 월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입니다. 수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적은 월세를 선택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오피스텔과 빌라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으며, 주거 형태의 다양화와도 맞물려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장, 금융사의 대응은?

주거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금융권에도 새로운 과제와 기회를 동시에 던지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비중이 2021년 18.7%에서 올해 6월 16.3%로 줄어든 것은 그 단면입니다. 기존 전세대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금융사들은 월세 시장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월세 수익에 연계된 투자 상품, 임차인의 현금 흐름을 담보로 한 대출, 통합 지출 관리 서비스 등의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임대차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생활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핵심은 고정된 전세자금 대출에서 벗어나, 유동적인 월세 생활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을 겁니다.

내년 시장 전망과 대안적 주거 모델

앞으로의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집값 예상 상승률 0.8%보다 5배 가까이 높은 수치로, 전세 수요가 여전히 많지만 공급은 부족한 구조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전셋값은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상승폭도 9월부터 더욱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전세대란’ 우려 속에서 새로운 대안 주거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안심 반값 전세’ 아파트입니다. 구미의 ‘해모로 리버시티’ 같은 경우, 신축 아파트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전세가를 책정해 실수요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크게 낮췄습니다. 여기에 2년간 거주 후 분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높은 전세비용과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실수요자에게 유연성과 안정성을 모두 제공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전세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주기적 변동을 넘어선 구조적 전환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월세로의 패러다임 이동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책 입안자, 금융사, 건설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택 소비자 모두가 새로운 주거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