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직전에 움직인 13억 원
80억 원짜리 건물이 공매장으로 넘어가기 직전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가 25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장기간 체납하며 ‘전국 체납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는데요. 성남시가 지난달 말 그녀 소유의 서울 강동구 암사동 부동산 공매 절차에 들어가자,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공매 공고가 나온 지 불과 6일 만에 최 씨는 체납액의 절반이 넘는 13억 원을 단숨에 납부한 거죠. 이번 납부는 명백한 공매 압박 효과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성남시는 납부액이 절반을 넘었다는 점을 들어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공매 취소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징금이 부과된 배경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은순 씨는 당시 성남시 도촌동 땅을 명의신탁 계약을 통해 차명으로 매입한 혐의로 적발됐습니다. 이는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했고, 2020년에 25억 5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죠. 최 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든 법원에서 패소하며 최종 확정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부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해 행정안전부 고액 체납자 명단에서 1위를 기록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고의성 논란과 행정의 집행력
성남시는 작년 12월 납부 독려에도 불구하고 돈이 들어오지 않자, 최종 수단으로 부동산 압류와 공매에 돌입했습니다. 공매 대상은 암사역 인근의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가진 건물이었습니다. 감정가 80억 원대의 주요 자산이 공개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비로소 최 씨 측은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이처럼 체납자가 강제 집행 직전이 되어서야 부분 납부에 나서는 행태는 ‘고의적 체납’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번 사례를 두고 행정 처분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죠.
이에 경기도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동연 지사는 최은순 씨와 같은 고액 체납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최은순 방지법’은 고의적으로 거액의 세외수입을 체납한 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나 금융정보 조회, 강력한 가산금 부과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만으로는 고의적 체납자를 효과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입니다.
남은 12억 원과 제도 개선의 불씨
최은순 씨의 부분 납부로 당장의 공매는 멈췄지만, 사건은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12억 500만 원의 체납액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성남시는 최 씨와 잔여 금액에 대한 납부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만약 추가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매 절차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체납 사건을 넘어, 행정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 논의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건이 특정 인물과 연결되어 과도하게 정치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쟁점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제도 운용에 있죠. 고액 체납자가 강제 집행 직전까지 버티는 것은 행정 절차의 허점을 악용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법 제정 건의가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져, 체납을 방지하고 공정한 과세 행정의 기반이 마련될지 여부가 향후 주목할 관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