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총리실로, '북부의 왕'의 초고속 입성
앤디 버넘이 영국의 새 총리로 확정되었습니다. 지난달 보궐선거로 하원에 복귀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노동당 대표직을 거머쥐었는데요. 하원의원 94%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단독 후보로 추대되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의 후임으로 오는 7월 20일 취임할 예정입니다.
리버풀 출신인 버넘은 2017년부터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을 지내며 지역 경제를 전국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중앙정부의 봉쇄 보상안이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맞서 '북부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당내 강경좌파와 중도파 사이에서 극심한 파벌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온건한 입장을 유지하며 양측의 배척을 피했고, 이번에 구원투수로 낙점된 겁니다.
맨체스터리즘으로 영국을 다시 그리겠다
버넘 총리가 내세운 국정 비전의 핵심은 '맨체스터리즘'으로 불리는 지방분권입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심화된 중앙집권화와 필수 서비스 민영화가 국민의 삶의 비용을 높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택과 교통, 에너지 등 일상생활과 직결된 권한을 지역사회로 이양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인데요. 이를 위해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설치해 지방정부와 직접 소통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습니다.
경제 정책에서는 온건 좌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친기업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협력해 일자리를 늘리고 재산업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죠. 동시에 필수 서비스에 대한 공공 통제를 확보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기업 친화적 성장과 공공 통제를 병행하겠다는 전략은 전통적인 좌파 정치와는 조금 다른 복합적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내 통합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다양한 계파를 포용하는 내각을 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 무대의 시험대가 시작된다
버넘에게도 과제는 적지 않습니다. 풍부한 지방 행정 경험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를 총괄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경기 둔화와 높은 국가부채, 생활비 급등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역시 중요한 외교 과제로 남아있죠.
스타머 총리가 사임한 배경에는 지방선거 참패와 지지율 하락이 있었습니다. 노동당은 2029년 총선에서의 실각을 우려해 버넘을 선택했는데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각오와 함께,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그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