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낳은 거대 기금, 여야 신경전 가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려 하자 여야의 공방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해당 기금은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인데요. 정부는 이를 경기 변동에 대응하는 재정 저수지로 규정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의 재량권이 지나치게 확대된다며 편법 저수지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기금을 슈퍼 예비비이자 상시 추경 통로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기금 운용계획의 20% 범위 내에서는 국회 사전 의결 없이 지출을 변경할 수 있어, 사실상 국회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는 꼼수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세수가 부족한 시기에 기금을 활용해 국채 발행을 줄이고 재정을 안정화하는 장치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54년 만의 교육교부금 개편, 현장의 우려는 커져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54년 만에 폐지된 교육교부금 내국세 연동제도 있습니다. 기존 내국세의 20.79%를 배분하던 방식을 버리고, 3년 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 산식을 도입한 건데요. 정부는 이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 계정으로 편입해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만큼 교육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교원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 비용은 그대로인데다, AI 문해력 강화나 학생 정신건강 지원 등 새로운 교육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전년도 수준 보장만으로는 임금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워 운영비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초중등 교육 기반, 흔들리는 우선순위
정부는 고등교육 투자가 OECD 평균의 68~69% 수준으로 낮다며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한국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된 초중등 공교육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학교 운영비가 줄어들면 그 부담이 결국 학부모에게 전가되어 교육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 계정 운용 시, 전체 재원 총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초중등 예산을 대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결국 초중등 단계의 기초 교육에서 시작되는 만큼, 단순히 고등교육 쪽으로 재원을 쏟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