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없이 열리는 육로 수색
네팔 중북부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인해 우리 국민 9명이 실종된 지 며칠째, 수색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으로 확인된 이들을 찾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추가 홍수 위험으로 네팔 당국이 민간 헬기 이륙을 사실상 전면 통제하면서, 정부 신속대응팀은 헬기 대신 육로와 드론을 활용한 수색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사실 헬기 수색은 이미 며칠째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지난 29일 우리 정부가 임차한 헬기가 유일하게 이륙에 성공했을 정도로 현지 상황이 엄격했는데요. 이제는 육로 이동이 유일한 방법이 된 셈입니다. 신속대응팀은 어제 육로 이동 경로 사전 답사를 마치고, 오늘 아침부터 수력발전소 현장 인근까지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헬기가 막히자 정부는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를 찾고 있습니다.
기업 총력 대응과 현장의 결단
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와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한국남동발전은 조영혁 사장 직무대행을 필두로 한 2차 현지대응반 9명을 긴급 파견했는데요. 현지 법인 근로자들을 포함하면 총 20명이 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도 박정원 회장이 직접 카트만두에 도착해 현장 상황을 챙기고 있으며, 정연인 대표이사가 이끄는 현장대응팀이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사고를 겪고도 생존한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의 선택입니다. 그는 터널 안에서 구조된 뒤에도 동료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발적으로 현장에 남았습니다. 사고 당시 사방이 물보라로 뒤덮여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그의 증언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생존자가 수색에 직접 보태는 건 현장 지형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됩니다.
자연의 힘 앞에 남은 것들
이번 홍수는 네팔과 티베트 일대에서 800명이 넘는 사망자와 3천 명 이상의 실종자를 낳은 참사입니다. 수많은 가옥이 휩쓸려 내려가는 가운데, 유독 초록색으로 칠해진 집 한 채만 홀로 버티고 선 모습이 영상으로 전 세계에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주변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남아 있는 이 집은 마치 재난 속 기적처럼 여겨졌는데요.
물론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건물의 구조나 위치, 기초 공사 방식에 따라 같은 홍수 속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네팔 현지의 열악한 기상과 지형 속에서 우리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작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