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억원이 0원이 되는 순간
경기도가 '경기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예산 12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2027년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는 쪽이 거론되면서, 이 사업에 참여 중인 최중증장애인 880명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국비 지원 없이 경기도 자체 예산만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삭감이 현실화되면 이를 대체할 재원 없이 사업 자체가 멈추는 구조입니다.
사업의 성격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고, 권익옹호와 인식개선, 문화예술 같은 직무에 종사합니다. 최중증장애인이 복지 수혜자를 넘어 노동자로 참여하는 드문 통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균열
논의는 지난 10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추미애 경기지사에게 예산 보장을 요구했고, 지사는 재정 상황 악화를 언급하며 삭감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겁니다. 재정 비상 상황이라는 현실과, 한 번 끊기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자리의 성격이 정면으로 부딪힌 대목입니다.
물론 예산 편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도 남아 있고, 장애인 단체들은 사업 유지와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업의 존폐가 매년 예산 심의에 따라 흔들린다는 점이 참여자들에게는 곧 생계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입니다.
오열로 드러난 현장
서은혜 작가는 지난 2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리커처 작가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인물입니다. 그가 문제 삼은 건 자신의 처지가 아니라 동료 30여 명의 자리였습니다. "나는 괜찮지만 작가 동료가 없으면 숨이 막힌다"는 말이 영상의 핵심이었습니다.
영상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127억원이 0원이 될 수도 있느냐"는 반응을 쏟아냈습니다. 다만 삭감 논의의 배경에 자리한 경기도의 재정 압박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업을 지키는 문제와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함께 풀어낼지가 남은 과제인데요. 예술가와 장애인 공동체가 체감할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심의 과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