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와 대화 사이의 이중전략
북한 노동당의 9차 대회가 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가장 적대적인 실체'이자 '영원한 적'**으로 규정하며 동족의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평화적 공존'과 '대결' 모두 준비되어 있으며, 선택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이 같은 이중적 접근은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적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한국에 대한 강경 발언은 수위가 매우 높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 현 정권의 유화적 제스처를 '서투른 기만극'으로 폄하했고, 상황에 따라 모든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국의 '완전 붕괴'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남북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것으로, 2023년 말 처음 제기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 당 대회에서 재확인하며 제도화한 셈입니다. 통일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과의 단절을 통해 자신들의 협상 카드를 높이고, 북미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후계 구도와 내부 결속의 무대
당 대회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장면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등장이었습니다. 그녀는 대회 본议事程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주석단 중앙에 자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죠. 검은색 가죽 코트를 맞춰 입은 모습이 눈에 띄었고,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그녀의 모습이 전면에 부각되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그녀가 '후계 내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만 18세가 되어 당원 자격을 얻지 못했고 공식 직책도 부여받지 않아 공식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열병식 자체도 특징적이었는데요. 약 1만 5천 명의 병력이 동원되었지만, 탱크나 미사일 같은 중장비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 내에 대규모 장비를 재동원하기 어려웠던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행사들은 새로운 지도부의 결속을 과시하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대내외에 알리려는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은 당 전문부서 부장으로 승진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 재진입하며 권력 핵심부에 남았습니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남북 관계의 미래
북한의 이러한 선언에 대해 국제사회, 특히 중국과 한국의 반응은 신중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기자 질의에 대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관련국들의 노력을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만을 재확인하며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균형 감각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의 발언이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깊은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이 유일한 길임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는 북한 체제 인정, 흡수통일 포기, 적대 행위 금지의 3대 원칙을 고수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돌아서기와 한국 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남북 관계의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북한은 경제적 고립을 타개하고 핵 프로그램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과의 정상외교에 집중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위협과 경계를 통해 내부 단결을 도모하는 이중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