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돌파구
한국 경제가 고령화와 산업 재편 지체로 인해 저성장 국면에 깊숙이 접어들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대안으로 ‘녹색 전환(GX)’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닌, **경제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녹색 전환을 포지셔닝한 ‘K-GX 추진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탄소 감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며, 궁극적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만 이런 길을 가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은 3517억 유로, 일본은 150조 엔, 중국은 12조 위안을 투입하며 녹색 및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이 이제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시대입니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구조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체화되는 청사진, 재생에너지 100GW 시대
K-GX라는 큰 그림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보다 크게 늘린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손본 분야는 태양광 규제 완화입니다. 이격거리 규제를 조정하고, 농지나 간척지 같은 유휴 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영농형 태양광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입니다.
주민 참여를 통한 전환도 중요한 축입니다. ‘햇빛소득마을’ 같은 주민 참여형 모델을 연간 500곳 이상 조성해, 에너지 자립과 지역 소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풍력 발전도 해상과 육상을 합쳐 2035년까지 37GW를 보급한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속도전’에 돌입했습니다. 이 모든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믹스의 근본적인 재편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을 이끌 주체로 기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는 한편, 미국식 ‘생산세액공제’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등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역 분산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것도 에너지 수급 효율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함께 꾀하는 전략입니다.
성공을 위한 조건, 재정 혁신과 균형 잡힌 접근
그러나 야심찬 목표와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재정입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 수소환원제철 실증, 탄소포집기술(CCUS) 개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과 세제의 과감한 혁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필리프 아기옹 교수의 지적처럼, 기후변화 대응에는 ‘규제’와 ‘지원’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탄소 배출이라는 외부 비용을 시장에 반영하는 규제와, 기업의 청정 기술 전환을 돕는 지원 정책이 균형을 이루어야 창조적인 파괴와 새로운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와 같은 민감한 에너지 정책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며, 전기요금 체계도 태양광 발전이 많은 시간대는 요금을 낮추는 ‘계시별 요금제’로 개편해 공정한 부담 분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녹색 전환은 기술과 정책을 넘어,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가는 길을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