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한 사퇴, 그리고 쏟아지는 추측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5일 정책위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취임한 지 4개월 만이다. 그는 짧은 발언으로 “내 소임은 여기까지”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을 뿐,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그의 사퇴가 장동혁 대표와의 이견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8월 장동혁 체제 출범과 함께 정책위의장직에 올랐다. 당내에서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인 중진으로 평가받던 그는 당 쇄신과 변화를 이끌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장 대표와의 갈등이 공공연히 드러나면서 결국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계엄 사과·윤석열 절연·보수 통합…무시된 요구들
김도읍 의장은 지난 몇 달간 장동혁 대표에게 세 가지 핵심 요구를 꾸준히 전해왔다. 첫째,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적 불안에 대해 당 차원의 사과를 하는 것. 둘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거리를 두는 것. 셋째, 한동훈 전 대표·이준석 대표 등과의 보수 대통합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특히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김 의장이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홀로 사과하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 재임 중 이런 일이 일어난 점 송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계엄은 당시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김 의장의 주장을 묵살했다.
보수 통합 문제에서도 장동혁 대표는 “걸림돌부터 제거해야 한다”며 한동훈·이준석과의 협력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김 의장이 생각하는 당의 미래 방향과 정반대였다.
‘마이웨이’ 행보에 실망한 중진의 선택
김도읍 의장은 장 대표의 이런 태도에 점차 실망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그는 보수 대통합을 통해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 윤리위원 인선을 강행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결국 김 의장은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내려온 것이다. 그의 사퇴는 당내에서 ‘합리적 중도’의 상징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는 장동혁 체제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사설을 공유하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향후 국민의힘, 어디로 향할까
김도읍 정책위의장의 빈자리는 당장 최고위원회 재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사퇴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장동혁 대표는 “당의 내부 역량 강화”를 강조하며 기존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김 의장의 사퇴가 그 불씨가 될 수 있다.
한편 김도읍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의정 활동은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그의 다음 행보도 주목된다.
정치권은 김도읍의 사퇴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국민의힘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신호로 보고 있다. 장동혁 체제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아니면 더 큰 균열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