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없애고 검찰로 채운다
10월 2일이면 중대범죄수사청이 문을 엽니다.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는 날인데요. 하지만 개청을 앞둔 지금, 중수청은 검찰 출신 인력으로만 진용을 짜고 있습니다.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61.3%인 1,761명이 검찰 특례 임용자들이죠. 게다가 초대 청장으로는 김지용 전 광주고검 차장검사가 지명되면서,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태어난 조직이 오히려 '제2의 검찰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이나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 인력 채용은 개청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우선 검찰 인사로 조직을 꾸린 뒤 연말까지 나머지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러다 보니 부패와 경제범죄 등 7대 중대 범죄를 맡아야 할 조직이 인력도 채우지 못한 채 문을 여는 이른바 '개문발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 개명'이라는 비판
김지용 후보자의 지명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는 검사 생활 24년 내내 검찰 핵심 보직을 거쳤고, 동기 중 가장 먼저 검사장에 올랐죠. 특히 2022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에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공개 반대했으며, 2020년에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에 반대하는 검사장 성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는 이를 두고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개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검찰 조직을 해체하는 척하면서 결국 검찰 사람들로 채우는 건 변칙적 개편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박주민 의원 등은 김 후보자가 과거의 입장을 바꿨는지, 수사와 기소 분리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행안부와 김 후보자의 반박
물론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후보자의 과거 반대 입장이 당시 조직 책임자로서의 입장일 뿐이라며, 검찰개혁 기본 철학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당 역시 김 후보자가 수사와 감찰, 공판을 두루 거친 전문가라며 조속한 임명을 촉구했죠.
김 후보자는 지명 후 첫 출근길에 조직의 조기 안착과 중대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과거 보완수사권 관련 입장이나 실거주 원칙 위반 의혹 등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며 답변을 아꼈습니다.
중수청 출범까지 남은 시간은 3주 남짓입니다. 검찰청을 없애고 세운 새 수사 기구가 검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인적 쇄신과 함께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이 조화롭게 협업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로 보입니다. 인사청문회가 이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자리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