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에 협상 손 내밀며 주변국엔 군사 경고
카젬 잘랄리 주러시아 이란 대사가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와 동시에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잘랄리 대사는 협상 준비와 최고 수준의 군사적 대비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란의 양면적 전략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이런 상반된 메시지는 이란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군사적 압박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려는 전술적 포석으로 읽힙니다.
사실 이란은 최근 지도부 인사부터 강경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8월 10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알리 압돌라히 소장을 신임 참모총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압돌라히 소장은 취임 직후 주변 아랍 국가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미군에게 지원이나 편의를 제공할 경우 미국과 함께 참전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는 역내 국가 기지에 배치된 미군 항공기와 공중급유기가 주둔국의 동의 없이 운용되었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침략 행위를 돕는 모든 행위를 적대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반대로 이란은 미국을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공격 가능성을 암시하며 확전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나토는 모든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란의 위협과 나토의 대응 의지가 맞서면서 국제적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주변국들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저 케이블 절단까지 거론
이란 정권 내부에서는 기존의 대리전을 넘어선 극단적인 확전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남유럽의 미군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절단하는 계획인데요. 특히 해저 케이블 차단은 전 세계 금융 거래와 데이터 송수신, 군사 통신망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카드입니다. 이는 원유 수송로 봉쇄를 넘어 디지털 기반 시설을 볼모로 잡는 하이브리드전 전술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풀이됩니다. 불가리아 베즈메르 기지나 키프로스 내 미영 공군기지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단순한 위협 수준을 넘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정밀도에 한계가 있어 실제 타격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런던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등은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정밀도가 떨어진다며, 서방의 공포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적 블러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의 기반 시설 공격 시 확전 수위를 높이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작은 우발적 충돌이 중동과 남유럽을 휩쓰는 대규모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외교적 돌파구는 열려 있을까
이란이 협상 의사를 밝힌 만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공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군사 요직에 강경파를 전면 배치한 점을 볼 때, 이란은 외교적 타협보다 군사적 대결 구도에서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협상이 성사되려면 상호 간의 신뢰 구축이 먼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심 기반 시설을 타격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이 이어질 텐데, 이런 악순환을 끊을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연히 주변 아랍 국가들과 나토는 이란의 동시에 제기된 협상과 위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쉽지 않은 입장입니다.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이란의 강경파 인사들이 실제 군사 행동으로 나아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로서는 작은 불씨도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 중동과 유럽 전역의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