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돌아온 원전 건설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이 각각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 건설 후보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영덕에는 2037년에서 2038년 사이에 1.4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가 들어서고, 기장에는 2035년을 목표로 국내 첫 상용 SMR이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이는 신한울 원전 이후 24년 만의 신규 부지 확정으로, 사실상 탈원전 기조를 마무리하고 실용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본격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부지 선정은 단순한 발전소 건설을 넘어 국가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덕은 2012년 천지원전 예정지로 지정되었다가 2017년 백지화되었던 곳인데, 14년 만에 극적으로 부활한 셈입니다. 기장 역시 고리 원전단지 인근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사업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AI 시대, 전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최근 원전에 대한 시선이 급변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40년 최대 전력수요를 138.2기가와트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 계획보다 8.9기가와트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한국은 전력을 외부에서 수입할 수 없는 에너지 섬입니다. 탄소 중립을 고려하면서도 24시간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의 역할은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당연히 지역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큰데요. 영덕은 산불 피해 이후 침체된 경제에 14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기장은 고임금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SMR은 발전지와 소비지 간 거리를 줄여 송전망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AI 산업 유치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산시 역시 SMR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송전망과 안전성,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하지만 부지 선정이 끝이 아닙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송전망 확충이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이 계획한 송전망 사업 상당수가 지역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멈춰 있으며, 영남권은 이미 원전 20기가 밀집한 세계적 수준의 밀집 지역입니다. 발전 설비는 22% 늘었지만 송전선로는 4%만 증가해 병목 현상이 심각하며, 이로 인해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가 급증하고 전력이 버려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 밀집에 따른 안전 우려와 방폐장 문제, 그리고 부지 선정 과정의 주민 의견 수렴 부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전 증설이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따라서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과 함께 송전망 구축, 안전 규제 정비, 지역과의 충분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전 정책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뒤흔들려 과거의 기회비용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도 함께 형성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