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에 드러난 청와대와 국방부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고덕 지도에 청와대와 대통령 관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국내 핵심 보안시설 위치가 상세히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지도 서비스에서는 보안상 이유로 가림 처리되거나 아예 표시되지 않는 구역들이 중국 지도에서는 건물 내부 도로와 시설 명칭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노출로 인해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노출된 정보는 단순한 위치를 넘어선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입니다. 청와대 내부 도로와 건물 형태, 대통령 안가, 합동참모본부 의장 공관은 물론이고 경기 평택의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와 오산공군기지, 제주 해군기지 내부 건물 위치까지 확인됐습니다.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지도에서 이런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주한미군 기지 관련 정보까지 함께 노출된 점은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외교적 차원에서도 민감하게 다뤄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누구나 고칠 수 있는 지도의 허술함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고덕 지도가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오픈스트리트맵은 전 세계 누구나 지도 정보를 자유롭게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방식인데요. 누가 국내 보안 시설 정보를 입력했는지는 현재로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명칭을 삭제하더라도 건물 위치 자체는 OSM 특성상 다른 사용자에 의해 언제든 다시 노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구조적 허술함 때문에 일회성 조치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을 통해 보안시설을 보호하고 있지만, 올해 말 시행되는 개정법 역시 국내 업체에만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해외 지도 서비스인 고덕 지도에는 직접적인 법적 제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정보가 해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어도 즉각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사건이 드러낸 가장 큰 허술함입니다.
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법
청와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덕 지도의 국내 제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명칭 삭제와 보안 조치를 즉시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는 국내 법적 권한의 한계를 고려한 간접적 대응 방식입니다. 해외 지도 서비스에 직접 명령할 수 없으니 국내 제휴사를 통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끌어내려는 셈입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노력은 있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미국 구글과 애플 등 해외 지도 서비스에 청와대와 주요 보안시설 가림 처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픈 소스 기반 지도 서비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법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순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휴사에 요청하는 방식을 넘어, 해외 플랫폼과의 공식 협의 채널 구축이나 국제적 공조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