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병상과 홀로 선 의사들
전북대학교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최근 운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 명의 교수가 모든 진료 책임을 홀로 지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해당 교수는 주당 90시간 근무와 50시간 연속 당직을 서다 결국 사직 의사를 밝혔는데요. 사실 이는 전북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 77개 NICU 중 67.5%인 52곳이 의사 한두 명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소수 의료진이 고위험 신생아 진료를 감당하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력의 수도권 쏠림입니다. 전국 신생아 세부 전문의 242명 가운데 63.3%인 154명이 서울과 경기에 집중되어 있고, 충청과 호남, 영남 일부 지역에는 전문의가 3명 이상인 병원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비수도권에는 병상은 남아 있지만 아이를 돌볼 의사가 없는 겁니다. 이런 와중에 환자들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역 의료체계는 붕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늘어난 수요와 끊긴 인력 공급
의료 인력이 줄어드는 사이,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0%나 증가했는데요. 병상 가동률이 2015년 117%에서 98%로 낮아진 것도 수요가 줄어서가 아니라, 의사가 없어 병상을 돌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병상은 비어 있는데 문을 열 수 없는 기막힌 현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미래를 담당할 인력 공급 라인도 무너졌습니다. 2025년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충원율은 13.4%에 그쳤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할 것 없이 병원당 전공의 수가 급감했습니다. 신생아 분과 전문의를 키워낼 후배 의사들이 거의 들어오지 않으니, 현장 의료진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고 의료 연속성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전국 시군구의 42%가 이미 분만취약지로 분류될 정도니 상황의 심각성은 명확합니다.
시범지역 지정과 통합대책 제안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라포럼 조직위원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부에 긴급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호남권을 분만의료 회복 시범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역필수의료복무제 도입과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긴급 배치, 전문 진료지원인력 활용 등을 포함한 5대 통합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단순한 응급 지원을 넘어 인력 확충과 재정 지원, 법적 보호가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는 NICU와 분만의료에 대한 지역가산수가 신설, 필수의료 특별회계 마련, 그리고 의료분쟁조정법 개선을 통한 사법 리스크 해소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비수도권 의료 현장이 살아남으려면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서 일할 동기와 안전망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전문가들은 전북대병원 사태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하는 신호라며, 호남권 시범사업을 전국 단위 회복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다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르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