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건설 현장 사망사고…기업 제재와 시스템 개선 목소리
건설 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 같은 대형 건설사는 물론, 계룡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에서도 사고 발생률이 높아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부가 안전 기준 미흡 기업의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황: 늘어나는 사망자 수와 주요 원인
지난 5년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종합건설사 중 현대건설이 192건으로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기록하며 안전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 19건, 대우건설 22건 등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러한 사고들은 건설 현장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기본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고 추세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6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97명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2024년 상반기에만 34명의 사망자가 나오면서,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러한 사고의 배경에는 안전 관리 인력 부족과 원청의 관리 감독 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태 조사 결과, 국내 건설사 10곳 중 9곳 이상이 안전 관리 인력을 법정 기준보다 부족하게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전 교육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공기(工期) 준수를 우선시하는 현장 분위기 때문에 안전을 외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 노동자는 “안전보다 공기가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작업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중견 건설사 제재와 공공 발주 낙찰제 논란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정부의 제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호반건설, 금호건설, 계룡건설, KCC건설, DL건설 등 5곳의 중견 건설사가 정부의 하도급 공사 참여 제한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는 이들 건설사의 사고 사망 만인율이 업계 평균보다 높거나, 호반건설의 경우 2020년 크레인 해체 사고로 인한 중대 재해가 확정되는 등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이들 기업은 2년 이내의 기간 동안 공공 건설공사 하도급 참여가 제한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계룡건설은 지난 5년간 13건의 사망사고를 기록하며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사고 발생률을 보였음에도, LH, 서울시, 행복청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5조 원 이상의 공사를 수주해왔습니다. 이는 중대재해 발생 시 행정처분 결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건설사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현재 공공기관 낙찰제 심사 세부 기준에서 안전 관련 항목의 배점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특히 최근 5년간의 사망자 수와 같은 실제 안전 사고 발생 이력은 평가 요소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윤종오 의원은 이러한 상황이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공공기관 낙찰제 심사 기준에 안전 관리 점수를 대폭 강화하고 사고 발생 이력을 반드시 평가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향후 과제: 안전 문화 정착과 실질적 시스템 구축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단순히 법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사고 예방에 투자하는 비용이 사고 수습에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건설사들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 조성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원청의 책임 강화와 더불어 안전 관리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 교육을 내실화해야 합니다. 또한, 공공 발주 사업에서 기업의 안전 기록을 투명하게 평가하고 이를 낙찰 결과에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이윤 추구와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충돌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건설 현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