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이 휘둘러진 본회의장
국회 본회의장에서 피켓이 휘둘러졌습니다. 지난달 27일, 재판소원제 도입을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이 진행되던 중이었는데요.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단상을 점거하고 피켓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사무총장이 현장을 촬영했습니다. 이때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들고 있던 피켓으로 이해민 사무총장의 얼굴 부위를 가격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피켓이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지는 장면이 선명하게 담겼고, 이는 여야 의원들 사이의 고성과 설전으로 이어지며 국회 안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조국혁신당은 이 사건을 두고 단순한 언쟁이나 실랑이를 넘어선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했습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서명옥 의원의 행위가 국회법상 회의 방해를 넘어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사건 발생 후 서 의원 측에서 어떤 공식적인 사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혁신당은 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한편, 국회 윤리특위에의 제소와 형사 고발 등 모든 법적, 제도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해민 사무총장의 불법 촬영 행위가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충돌의 중심에 선 두 인물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서명옥 의원과 이해민 사무총장은 각각 뚜렷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서명옥 의원은 공공 보건 분야에서 30년 가까운 경력을 쌓은 전문가인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구에서 의료진 지원 자원봉사로 이름을 알렸고,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해왔습니다. 그간 공들여 쌓아온 전문가 이미지와는 대비되게, 이번 피켓 논란은 그의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맞은 편에 선 이해민 사무총장은 구글 본사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의 IT 전문가입니다. 조국혁신당의 핵심 인재로 영입되어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고, 현재는 당 사무총장 직무를 수행하며 과학기술 관련 법안 발의에 주력해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그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증거 영상을 직접 확보해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전문성으로 무장한 ‘전문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물리적 충돌은 단순한 싸움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지연되는 징계와 정치적 파장
사건의 처리 과정 자체도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혁신당이 서명옥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지만, 이를 심의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윤리특위는 여야 간 위원 수 배분 문제로 인해 발족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와 징계 절차가 쉽게 시작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해민 사무총장은 윤리특위의 조속한 구성을 국회의장에게 촉구하며, 공정한 조사가 없으면 폭력 사건이 적절히 처리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물리적 폭력을 금지해온 국회의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혁신당은 이를 과거의 ‘폭력 국회’로의 회귀를 시도하는 위험한 전조로 보고 있는데요. 향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윤리특위 구성 협상이 진전되어 공식 조사가 시작된다면, 해당 영상의 증거 능력과 ‘초상권 침해’ 대 ‘폭행’의 법리 공방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서명옥 의원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심사이며, 이는 앞으로 있을 재보궐선거나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정치 공학적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국회의 품위와 의원의 윤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여느 때보다 엄중한 가운데, 이 사건의 처리 결과는 한국 정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