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의 성공과 즉각적인 후폭풍
멕시코 정부가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 일명 '엘 멘초'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의 공조 아래 이루어진 이 작전은 멕시코 군 특수부대가 서부 할리스코주 타팔파에서 격렬한 총격전을 벌인 끝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미국이 그에게 1500만 달러(약 217억 원)의 현상금을 걸었을 만큼, 그는 국제적인 마약 밀매와 폭력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악당 제거'라는 성과는 예상보다 빠르고 거센 후폭풍을 불러왔습니다. 사살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날, CJNG 조직원들은 보복 공격에 나서 멕시코 전역에서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에 방화를 하는가 하면, 정부 시설과 군인을 노린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하루 만에 당국을 겨냥한 공격이 27건이나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거죠.
왜 '엘 멘초'인가, 그리고 미국의 역할
이번 작전의 표적이 '엘 멘초'로 집중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2009년 CJNG를 분리 설립한 뒤 10여 년간 조직을 이끌며 장갑차와 공격용 드론까지 동원하는 7천 명 이상의 무장 세력을 거느렸습니다. 코카인, 헤로인은 물론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강력한 합성 opioid 펜타닐의 밀수까지 주도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정부 관료를 공격하는 등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해왔습니다. 미국은 2017년 그를 기소하고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오랫동안 그의 체포를 압박해왔습니다. 멕시코의 이번 결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마약 단속 미흡에 대한 군사 개입 위협과 같은 정치적 압박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멕시코 국방부는 미국의 정보 지원을 인정하면서도 독자적인 작전이었다고 강조하며 주권 수호 의지를 보였지만, 국제 공조의 필요성과 내정 간의 줄다리기도 동시에 드러난 셈입니다.
월드컵 개최지 위기의 그림자
가장 큰 우려는 올해 6월 개최를 앞둔 북중미 월드컵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주요 경기장이 있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CJNG의 본거지 할리스코주의 주도 과달라하라입니다. 보복 공격의 여파로 이 도시를 비롯해 칸쿤, 푸에르토 바야르타 등 주요 관광지에서도 도로 봉쇄와 혼란으로 학교 문이 닫히고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사회 기능 마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혼란은 월드컵이라는 거대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멕시코 정부의 계획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월드컵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현지 주 정부와 협력해 보안 태세를 점검하고 강화하고 있지만, 카르텔의 보복 공격이 조직의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정부의 통제력을 시험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전 과정에서 CJNG와의 교전으로 멕시코 군인 25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 발생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절감하게 합니다. 엘 멘초의 제거가 장기적으로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는 있지만, 당장은 권력 공백과 보복 폭력으로 인한 혼란의 위험이 더 커 보입니다. 멕시코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각별한 경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