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덮친 기습적 재난
2026년 8월 26일에서 27일 사이,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과 인근 히말라야 일대에 예고 없는 대홍수가 덮쳤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갑자기 거대한 흙탕물이 밀려들면서 사망자는 289명으로 집계되었고, 실종자는 1,300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랑탕 계곡 등 유명 트레킹 코스와 인접한 탓에 다국적 관광객과 힌두교 순례객까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번 재난은 단순한 홍수를 넘어선 초대형 참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도로와 교량이 대거 유실되어 구조 당국의 현장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데다, 시신을 찾은 경우에만 사망자로 집계되고 있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됩니다. 네팔 정부는 군과 경찰을 총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추가 홍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발전소 현장에서 연락 두절된 한국인들
재난의 한복판에는 우리 국민들도 있었습니다. 네팔 트리슐리 강에 건설 중이던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과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이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이들은 홍수 경보 직후 대피한다는 마지막 연락을 남기고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데요. 공정률 84%였던 현장의 상부 위어 댐과 베이스캠프는 90% 이상 유실되어 막대한 피해가 확인되었습니다.
다행히 같은 현장에 고립되었던 한국인 10명 중 9명은 네팔군 헬기를 이용해 안전 지역으로 무사 이송되었습니다.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청, 소방청 등으로 구성된 합동 신속대응팀을 급파하고, 실종자 가족을 위한 전담관과 공보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 세심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과잉 대응이 없다고 강조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네팔 당국에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만든 고지대 재난
이번 참사의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34년간 동부 히말라야를 분석한 결과, 해발 3,0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붕괴된 토사량이 약 5배나 증가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와 영구동토가 녹아내렸고, 이로 인해 과거에는 안전했던 높은 지대마저 지반 결속력이 크게 약해졌습니다.
사실 이번 홍수 역시 빙하 조각이 붕괴하며 하천을 순식간에 채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문가들은 고지대 산사태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토사가 하천을 막아 자연 댐을 이루었다가 무너지면서 연쇄적인 돌발홍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합니다. 히말라야 지역의 재난 패턴이 기후 위기로 인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더 이상 해당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안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산그룹도 현지 구호를 위해 5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며 민간 차원의 지원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