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경고가 현실이 됐다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를 이용하는 모든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실제 운항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사우디 서부 얀부항에서 원유를 실은 신룽양호와 로도스호가 홍해상에서 180도 방향을 틀어 수에즈 운하를 향해 나섰고, 두 선박이 싣고 있던 원유는 총 270만 배럴에 달했습니다. 얀부항으로 진입하려던 VLCC 뉴 프라임호 역시 홍해 진입 전 오만 인근 해상에서 항로를 되돌렸습니다.
후티 측은 글로벌 해운사에 이메일을 보내 사우디 모든 항구에서의 화물 선적과 하역을 금지한다고 통보했고, 위반 시 자군 작전 반경 내에서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번 조치는 사우디가 예멘 사나 국제공항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길이 흔들린다
사우디는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동서 송유관을 통해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는 대체 수출로를 운영해 왔습니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이 루트에서 얀부항 수출량은 최근 1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하루 약 400만 배럴에 이르렀는데요. 이 원유의 80% 이상이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로 향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 하루 74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입니다. 이곳이 막히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돌아가는 극단적인 우회 항로를 택해야 하고요. 미국 전략비축유는 이미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이중 악재가 현실화됐습니다. 이달 초 배럴당 70달러선이던 브렌트유는 20일 만에 9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삼중고가 온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열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후티의 위협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 산하 합동해양정보센터(JMIC)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위협 수준을 '보통'으로 평가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의도적인 적대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심각' 단계로 유지했습니다. 이란이 미국 전력 인프라 공격 시 후티에게 홍해 수송로 차단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오면서 긴장감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동 상황이 당분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경우 브렌트유가 전쟁 초기 수준인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이미 7~8월 도입 원유를 전년 평균 대비 110% 이상 확보했지만, 일본처럼 미국산 원유 비중을 늘리는 등 수입처 다변화와 단계별 수요 관리 체계 재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