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일 만에 발견된 시신, 사인은 '불명'
제주에서 실종됐던 30대 여성이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직후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낮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는데요.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정확한 사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로 인해 사건의 실체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주서부경찰서 부경장이 실종 신고를 받고도 가족에게 연락이 닿은 것처럼 허위 안내를 한 뒤 사건을 종결 처리했습니다. 가족이 7월에 재신고를 했음에도 제대로 된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고, 언론 보도 이후인 8월 20일이 돼서야 집중 수색이 시작됐죠. 이미 긴 시간이 흐른 탓에 시신은 지문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고, 결국 치아를 통해 신원을 밝혀야 했습니다.
관리 감독이 무너진 경찰 시스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 내부의 부실은 충격적입니다. 방범용 CCTV 118대가 96일간 방치돼 핵심 영상이 자동 삭제됐고, 해당 부경장이 처리한 298건의 사건 중 63건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삭제되거나 아예 입력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통상 사망이 확인된 경우에만 가능한 시스템 조치가 이뤄진 것인데, 이는 단순 실수를 넘어선 심각한 관리 감독 소홀로 보입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도 지휘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 사건 31만여 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는데, 이번 사태가 단순히 제주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관광 위축과 정치 공방의 악순환
이번 사건은 제주 관광에도 직접적인 여파를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졌고, 추석 연휴 장박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종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후 내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이자, 관광업계는 치안 이미지 회복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국제선 확대로 오히려 늘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내국인 감소가 항공 좌석 축소나 유류할증료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관광학 전문가들은 관광이 이미지 산업인 만큼 연일 보도되는 부정적인 뉴스가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킨다고 분석합니다.
정치권은 이 사태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제주를 '범죄 도시'로 규정하고 공세를 펴고 있고,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정치 공세 중단' 현수막을 내걸어 오히려 도민의 안전 우려를 정쟁으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중국 조직 개입설 등 온라인상 음모론과 허위 정보 삭제를 요청하며 도민 불안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제주의 안전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앞서 본질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