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대신 드론이 행진하다
우크라이나가 독립 35주년을 맞아 지난 8월 24일 수도 키이우에서 이례적인 열병식을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전차와 병사가 사라졌다는 점인데요. 그 자리를 무인항공기와 지상 로봇, 그리고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무인정이 대신 채웠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를 원하지만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동맹국들의 지속적인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무인 기술로 극복하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무인체계군을 창설할 만큼 드론 중심의 군사 혁신을 이끌어 왔습니다.
살상 권한을 넘긴 AI
열병식이 미래 전쟁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이, 실제 전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기술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때 인간 개입 없이 표적을 스스로 식별하는 AI 자율 살상 드론을 투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되었습니다. 해당 드론 잔해에서 엔비디아의 초소형 컴퓨터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AI가 살상 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운용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판단 없이 알고리즘이 살상을 결정하는 무기가 실전에 등장했다는 점은 국제사회에 심각한 윤리적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역시 AI를 전장에서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데요. 영국과 협력해 드론 영상 분석을 통한 자동 표적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Mi-8 헬기에서 요격 드론을 발사해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을 막아내는 새로운 방공 전술도 선보였습니다.
전쟁의 다른 얼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무인 열병식과는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장 뒤편에서는 병력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5년째 접어들면서 정부는 거리에서 남성들을 강제로 징집하는 경우가 늘었고, 이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외교적 공간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전을 공개하며 사기를 북돋웠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추가 지원을 염원하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영국은 스톰섀도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며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를 전쟁 직접 참여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가 추구하는 미래형 군사력이 병력 부족과 외교적 한계라는 현실적 벽을 어떻게 넘어설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