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정든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연대가 이번 주부터 본격화됩니다. 오는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대가 열리는 건데요. 이 제도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국가가 적극 나서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본격 시행을 앞둔 지금, 예산과 인력 부족, 지역 간 인프라 격차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각 지자체의 준비 전선은
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각 지자체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형 통합돌봄 서비스’를 선보이며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보건의료, 건강관리, 일상돌봄 등 5개 분야 58개 서비스를 연계 제공할 계획입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이번 제도가 “돌봄을 사회 공동의 과제로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경기도 역시 ‘경기도형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31개 시군에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등 광역 단위의 조정 기능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성북구의 사례처럼 이미 현장에서는 통합돌봄의 장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치매와 만성질환을 앓는 80대 독거 어르신에게 주민센터가 통합 창구 역할을 하며 방문요양, 재택진료, 영양 지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삶의 질을 높인 경우죠. 이런 맞춤형 연계 서비스가 제도의 핵심 가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산시와 춘천시처럼 담당 공무원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거나, 김해시·울산시처럼 병원과 퇴원 환자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역별 준비 방식도 다양합니다.
예산·인력·격차, 넘어야 할 산
그러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전문가들과 현장에서 내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인력 부족이에요. 올해 전국 229개 시군구에 배정된 통합돌봄 예산은 총 914억 원으로, 지자체당 평균 4억 원 미만에 불과합니다. 시범사업 당시보다 오히려 줄어든 이 예산으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는 어려워 보이죠. 한 전문가는 “현 예산으로는 읍·면·동에서 전담인력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지역 간 인프라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재택의료센터 수만 봐도 경기 고양시는 4곳인 반면, 인구 규모가 비슷한 경남 창원시는 2곳에 머물러 있어 접근성에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시민단체가 시의 ‘단디돌봄’ 정책이 실체와 역량 검증 없이 홍보에만 치중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지자체의 실행력과 준비도에 따라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유기적 연계가 성공 키워드
이러한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통합돌봄이 가야 할 방향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기존에 산재해 있는 장기요양, 노인맞춤돌봄, 방문진료 등 서비스들을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중증 재가 장기요양자에 대한 집중 돌봄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처럼 ‘지역의료 개호종합 확보 기금’과 같은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포괄보조금 형태의 예산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시가 시작한 ‘돌봄 자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처럼 자치구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중요한 보완책이 될 수 있겠죠. 모든 시민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번 도전, 그 첫걸음이 이번 주에 시작됩니다. 실패 요인은 많지만, 그만큼 사회적 연대를 통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