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대 스마트폰, 이제 먼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능이 스마트폰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차기 폴더블 폰과 애플의 프리미엄 모델이 각각 300만원 안팎을 넘나드는 가격대가 거론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데요. 단순한 부품값 상승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와 애플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했던 중국 제조사들까지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를 전작보다 약 10만원 올린 데 이어, Z폴드 8은 이전 모델보다 199달러나 비싼 가격에 책정했습니다. 샤오미의 레드미 K90과 비보의 X300 시리즈, 오포의 플래그십 모델들도 100달러에서 500달러 사이의 폭넓은 인상 폭을 보였죠. 사실 이런 움직임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직접적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800달러급 스마트폰의 D램과 낸드 비용은 지난해 1분기 6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91달러로 급증했는데요. 이 정도 원가 상승은 제조사들이 감내하기엔 버거운 수준입니다.
AI가 바꾼 메모리 시장의 풍경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 서비스 확산으로 인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 폭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AI 연산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 이른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범용 D램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메모리 업체들이 AI용 HBM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 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은 뒷전으로 밀려난 겁니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의 몸값도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AI 추론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D램 못지않게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LPDDR5X는 1318%, eMMC와 UFS도 1015% 가격이 올랐는데요. IDC는 AI 수요가 지속되는 한 이런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과거처럼 메모리 용량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에이전트가 대화 맥락을 기억하고 복잡한 추론을 하려면 고용량 메모리 탑재가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죠.
증설 경쟁 속 불확실한 미래
메모리 가격이 오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 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마이크론과 키옥시아, 샌디스크까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특히 중국의 YMTC가 기술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80조원을 들여 청주 M17 기지를, 마이크론은 240억 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시설 증설을 추진 중입니다. YMTC도 우한 공장을 추가로 가동하며 생산량을 늘리고 있죠. 다만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업체들이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수익을 방어하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2027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곧바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처럼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하드웨어 비용의 문턱도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메모리 시장의 공급 상황과 각 제조사의 가격 정책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