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용에 '누진세' 도입하다
1년에 300번 넘게 병원을 찾는 이른바 '의료쇼핑'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이 90%로 대폭 높아집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확정한 2026년 시행계획에 포함된 내용인데요, 기존에는 1년 365회를 초과해야 적용되던 기준을 완화한 조치입니다. 정부는 이로써 무분별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고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약 8,460명의 환자가 해당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 810억 원의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의료 이용에 대해 경제적 부담을 높여 스스로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누진적 본인부담'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재정 위기 맞선 종합 처방전
이런 강화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흑자 규모가 급격히 줄었고, 올해에는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더 나아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2033년에는 건강보험의 누적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한꺼번에 내놨습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산 수준에 비례해 부과하는 '정률제'로 개편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존 60개 등급의 복잡한 체계를 없애고 소득에 이어 재산에 대해서도 정률제를 적용해 부과 체계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이죠. 결국,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입(보험료 체계 정비)과 지출(과잉진료 억제)을 동시에 손보는 '양손잡이' 전략을 펴고 있는 셈입니다.
필수의료 보강과 부담 완화는 계속된다
한편, 재정 긴축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보상 강화 및 전달체계 혁신'을 이번 계획의 또 다른 핵심 축으로 삼았습니다. 분만과 소아 진료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역 2차 병원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환자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이어집니다. 대표적으로 요양병원에 드는 간병비를 현재 본인 전액 부담에서 30% 내외로 대폭 낮추는 방안이 검토 중입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면역항암제 '임핀지주'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담도암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담도암 환자 1인의 연간 투약 비용이 약 1억 1,893만 원에서 약 595만 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정말 필요한 의료와 중증 질환에 대한 사회적 보장은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균형을 잡고자 하는 모습이 읽힙니다. 이번 종합계획은 국정과제를 반영한 이재명 정부의 첫 건강보험 시행계획으로,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의료 보장 체계의 큰 줄기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