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막은 조기 경쟁의 문턱
국회가 3월 12일 본회의에서 ‘학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던 유아 학원의 실력평가(레벨테스트)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모집이나 수준별 반 배정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시험과 평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위반 학원에는 영업정지나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게 되었죠. 한국 사회의 지나친 조기 교육 경쟁에 법적 제동이 걸린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오랜 사회적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 대치동 등에서는 취학 전 영유아에게 초등학교 중학년 수준의 영어 교재를 사용하는 학원이 존재했고,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초등학교 문제집이 레벨테스트 대비용으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통계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는데요, 전국 영어유치원 수는 2019년 615곳에서 2023년 842곳으로 크게 증가한 반면, 일반 유치원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성장 앞당기기’ 교육이 만연했음을 보여줍니다.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나
새로 통과된 법안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학원이 유아를 선발하거나 서열을 매기기 위한 어떠한 형식의 시험도 할 수 없게 된 거죠. 여기에는 구술 시험처럼 보이는 면접도 포함됩니다. 유아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는 모든 평가 행위가 원천 차단된 겁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경숙 의원은 이 조치의 목표를 ‘불필요한 조기 경쟁 완화’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모든 진단 행위가 금지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요. 유아가 학원에 이미 등록한 상태에서,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관찰’이나 ‘면담’ 방식의 진단은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흥미나 발달 속도를 파악해 맞춤형 학습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가능하다는 거죠. 다만, 그 세부 기준과 절차는 향후 대통령령으로 더 명확히 정해질 예정입니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되어, 학원들이 운영 방식을 조정할 시간을 줍니다.
외신이 경악한 실태와 남은 과제
한국의 이러한 영유아 사교육 열풍은 국제사회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의 학문적 경쟁이 6세 미만 아이의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하며 ‘4세 고시’라는 용어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 이야기를 듣고 “한국은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법안 통과는 그러한 극단적인 조기 경쟁의 상징에 대해 국가가 공식적으로 ‘그만하자’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유아 학원의 선발 및 서열화 시험을 근절하고, 건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문을 닫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법안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감독과 더불어, 과도한 교육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영유아 사교육 광풍을 저출산 악순환의 한 원인으로 지적해 온 만큼, 이번 금지 조치가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과 건강한 가정 문화 회복의 첫걸음이 되길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