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와 식량을 사재기하는 사람들
미국이 이란을 향한 경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전국적으로 필수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패닉바잉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러당 환율이 200만 리알을 넘어서며 한 주간 7% 이상 급락하는 등 통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로 인해 식용유와 쌀 등이 일부 슈퍼마켓에서 품절되기도 했고, 테헤란 등 주요 도시의 주유소에는 연료를 얻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생활비 상승은 서민층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부 이란 국민들은 현금이 부족해 고기를 외상으로 구매한 뒤 이자를 붙여 갚는 신용거래에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결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극심한 빈곤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뼈아픈 증거입니다. 미국의 해상봉쇄와 UAE의 제재 동참으로 인도산 쌀 거래까지 중단된 상황에서 이란 경제는 더욱 허리를 쉬고 있습니다.
공장과 거리에서 다시 시작된 목소리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잠잠했던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3일에는 서부 샤데간 제철소에서 해고된 노동자 약 100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24일에는 남부 아살루예 석유·가스 시설 종사자들이 임금 체불과 생계 위기를 호소했습니다. 연금 수령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시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시위는 지난 2월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동안 중단되었던 움직임인데요.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 다시 표면으로 떠오른 셈입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이를 즉각적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과거 대규모 시위 때 수만 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무력 진압을 강행했던 전례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란 정부가 내부 불만을 허용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경제 압박이 협상으로 이어질까
미국은 이러한 경제난과 내부 혼란이 이란 정부의 입장을 바꿔 종전 협상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이번 상황을 '경제적 왕따 작전'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 측은 강력한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반대로 이란 지도부는 수십 년간의 제재를 견뎌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전쟁을 국가 존폐의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핵 및 휴전 협상에서조차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으며, 소규모 시위가 협상 태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당장의 경제난이 곧바로 대미 입장 변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이란 내부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외교적 돌파구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