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에 울려 퍼진 '피의 복수'
2026년 7월 4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서 수많은 인파가 검은 옷을 입고 모였습니다.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도 조문객들은 가슴을 치며 오열했고, "미국에 죽음을"과 "피의 복수" 같은 격앙된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이날은 미국의 건국 250주년 독립기념일과 겹쳐 있어, 이란이 의도적으로 날짜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광장 단상에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관이 안치되었습니다. 함께 숨진 가족 4명의 관도 나란히 놓였는데, 이란 당국은 이를 시아파의 순교 서사에 빗대어 국민적 결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례식은 단순한 애도를 넘어 반미 애국 집회의 성격을 띠었고, 참석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강한 적개심을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외교전과 암살 시도가 교차하는 무대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국제사회의 외교적 긴장도 함께 고조되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 세계 미 대사관에 비밀 지침을 내려 각국 정부의 불참을 유도했는데, 이로 인해 동유럽과 아프리카 등 최소 13개국이 참석을 철회했습니다. 미국은 개발 원조 삭감까지 경고하며 강력한 압박을 가했고, 일부 국가들은 이란 측에 비밀리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지난 4월 이란 종전 협상단을 암살하려 했다는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 첩보를 입수하고 제3국을 통해 이란에 경고했으며, 갈리바프 의장을 포함한 협상단은 긴급히 육로로 회피했습니다. 미국은 전면전 확산을 우려해 개입한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여 동맹 사이의 미묘한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불투명한 후계자와 체제의 향방
이번 장례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후계자로 지명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였으나, 그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공습 당시 부상을 입었다는 설과 함께 이미 사망했다는 의혹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란 당국은 그의 참석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켰고, 이는 새로운 지도 체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한편, 장례식 참석 강요설이 확산되면서 일부 주민들은 테헤란을 떠나는 등 내부적인 혼란도 숨기 어려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애도 기간을 두고 "우리가 착해서 장례를 치르라고 일주일 휴가를 줬다"고 발언하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전쟁 이후 흔들린 이란 사회를 결속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시작됐지만, 후계자의 공백과 국제사회의 분열은 이제 이란이 풀어야 할 더 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