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해야 할 자리에서 벌어진 일
장애인의 권익을 지키는 일을 하는 기관에서 오히려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일어났습니다.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조사관으로 근무하던 50대 남성이 지적장애를 가진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강간과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10년의 실형이 확정되었는데요. 대법원은 이른바 '인면수심'으로 불리는 이 사건의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습니다.
인권 보호라는 신뢰를 뒤로하고 범행에 나섰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이 컸던 이 사건은 결국 중형 선고로 마무리되었습니다. 2026년 7월 18일 확정된 판결은 단순히 개인의 범죄를 넘어, 보호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범행은 어떻게 이어졌나
가해자인 A씨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약 7개월간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보호 대상이던 지적장애 미성년자 3명을 대상으로 성적 학대를 자행했습니다. 범행 장소는 기관 내 사무공간과 상담실, 비품 창고는 물론 업무용 차량과 가정 방문 현장 등으로 다양했는데요. 특히 2025년 2월에는 업무용 차량 안에서 B양을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범죄의 중대성이 커졌습니다.
A씨는 자신이 보호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미약한 아이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초기에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허위가 있을 리 없고 객관적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2심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피해자 2명의 부모와 합의한 사실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피해자 본인들이 여전히 처벌을 원했고, 법정대리인의 합의서가 특별한 감경 사유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겪은 상처를 부모의 의사만으로 덮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반영된 겁니다.
왜 중형이 확정되었나
대법원은 A씨가 피해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이를 저버렸다는 점을 가장 무겁게 봤습니다. 법원은 A씨가 아이들을 성적 욕구 해소 수단으로 삼았고, 범행의 대담성과 피해 정도도 매우 컸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지위를 악용한 반복적인 학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던 거죠.
이에 따라 징역 10년 외에도 신상정보 공개 40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이 함께 명령되었습니다. 또한 성폭력과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을 각각 40시간 이수해야 하는 조건도 붙었는데요.
사실 이번 판결은 보호기관 내부의 감시와 통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간에서 오히려 가장 큰 위협이 생겨난 셈인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제도적인 사각지대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