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약물운전 처벌 대폭 강화…의료계는 '과학적 기준' 촉구

로조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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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31일 오후 5:52

발행: 2026년 3월 31일 오후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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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부터 약물운전 처벌이 대폭 강화되지만, 의료계는 명확한 의학적 기준 없이는 환자의 치료권을 해치고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법안 발의를 통한 사전 안내 강화와 해외의 합리적 제도 사례를 참고해, 처벌보다 과학적 기준과 정보 공유를 통한 예방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은 바뀌었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4월 2일부터 도로 위 안전을 이유로 약물운전에 대한 법의 칼날이 한층 날카로워집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 등으로 정상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기존보다 처벌 수위가 크게 상향됩니다. 1회 위반 시 최대 5년 징역이나 2천만 원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경찰의 측정 요구를 거부해도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경찰청은 이에 맞춰 전국적으로 단속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당연히 이번 제도 변화의 취지는 분명합니다. 약물의 영향 아래 운전은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못지않게 중대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약물운전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의 심각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운전자는 약을 먹기 전, 그 성분이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 겁니다.

강화된 처벌에 의료계가 목소리를 높인 이유

그런데 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뚜렷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와 대한신경과의사회는 공개 입장을 내며, 명확한 의학적 기준 없이 진행되는 단속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어디까지가 약물운전인가'입니다. 의료계는 약물 복용 사실 자체만으로 운전 부적합 상태라고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불안 장애나 뇌전증 환자는 치료를 위해 약물을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이들의 경우, 오히려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할 때 더 안정된 상태로 운전할 수 있는데,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질환이 악화되어 더 큰 사고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대한약사회가 발표한 '운전 금지 약물' 리스트에 대해, 환자의 개별적인 상태와 용량을 무시한 획일적인 분류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의료계는 단순한 '금지 목록'이 사회적 낙인을 심어주고 환자의 치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입법적 측면에서는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진행 중입니다. 한지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을 복용할 때, 약사가 운전 금지 또는 주의 사항을 반드시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약물 종류별 혈중 농도를 과학적 기준으로 삼아 운전능력 저하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도 포함되어 있죠.

해법은 '합리적 기준'과 '소통'에 있다

이런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 전문가들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부 기준의 마련을 공통된 해법으로 꼽습니다. 현재 법은 '약물에 의해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라는 추상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약물과 그 용량, 환자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입니다.

해외 사례는 이런 고민에 시사점을 줍니다. 영국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하고 관련 경고를 숙지한 경우 형사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의약품 포장에 운전 주의 표시를 의무화해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알리죠. 즉, 처벌과 단속만이 답이 아니라, 의사-약사-환자 간 정확한 정보 공유와 안내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결국 이번 약물운전 처벌 강화는 단순한 법 집행의 문제를 넘어,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건강권 및 치료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당국이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국민에게는 약 복용 전 주의 문구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더욱 중요해진 때입니다. 모든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길은 무조건적인 금지나 단속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예방에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