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짓되, 단 한 채도 팔지 않는다면
용산공원 부지에 고밀도 공공임대주택을 짓되 단 한 채도 분양하지 말자는 파격적인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효승 네오와인 대표는 최근 용산공원 91만 평 중 일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해 약 11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설하고, 국가가 영구 소유하며 순수 임대로만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토지 가치 상승분을 민간이 아닌 공공이 온전히 회수해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표가 구상한 방식은 꽤 세심합니다. 소득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해 저소득층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일부 펜트하우스 등 고급 주택은 최고가 경매로 임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저소득 가구의 임대료를 보조하는 이른바 생애 순환형 모델인데요. 실제로 오스트리아 빈의 칼 마르크스 호프처럼 국가가 영구 소유하는 공공주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 제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우선 미군 기지의 완전한 반환과 토양 및 지하수 정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용산기지 본체부지 300만 제곱미터 중 반환된 면적은 31.5%에 불과합니다. 캠프킴처럼 2020년에 반환됐음에도 아직 정화 작업이 끝나지 않은 사례가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행정 절차와 정화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입주는 2040년 전후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 다른 시선을 보다
용산공원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녹지 기능을 상실한 장교 숙소 등 일부 부지를 활용해 청년주택을 공급하자는 입장인데요.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이 사회적 합의를 거친 국가 과제이자 미래 세대의 유산이라며 본체 부지 개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대신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제안했습니다. 해당 부지는 40만 제곱미터 규모로 지하철과 고속철도 역이 인접하고 대치동 학원가, 삼성서울병원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최상급 입지입니다. 하지만 기피 시설인 하수처리시설을 옮길 곳을 찾는 게 더 어렵다는 게 국토부의 고민입니다. 오염 정화와 이전지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는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과거 정부들도 집값 상승 시기마다 그린벨트나 공공부지를 공급 카드로 꺼내 든 적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나 문재인 정부의 8·4 대책 등이 대표적이었는데요. 태릉CC나 정부과천청사 사례처럼 환경 훼손과 주민 반발로 사업이 축소되거나 철회된 전례도 많습니다.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역시 국가 공원 조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개발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합니다.
공급 숫자를 넘어 실제 주거가 필요한 때
서울의 주거난이 심각한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2024년 기준 서울 무주택 가구 비율이 51.9%에 달하고 PIR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요. 특히 사회초년생들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결혼과 출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모델처럼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급 숫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실제 수요를 분석한 맞춤형 대책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용산을 고밀 아파트 단지로 채우기보다는 저층 주거와 상업시설이 결합한 복합개발 형태로 도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국가공원 보존이라는 가치와 주택 공급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며, 이제는 단순한 계획 제시가 아닌 실제 주택 공급이라는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