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표 분열 위기의 대구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선거판이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졌습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주호영 국회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경선 후보에서 탈락시킨(컷오프) 결정에 두 사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민의힘 공천 후보에 이 두 사람이 무소속으로 더해진다면, 보수 진영의 후보는 세 명이 되고,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까지 합쳐져 사실상 ‘4파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자 구도에서 보수 표가 분열된다면, 야당 후보인 김부겸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대구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으로 여겨져 왔지만,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이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호영 의원은 8일 무소속 출마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며, 법원의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진숙 전 위원장 역시 시민경선을 통해 대구시민의 선택을 받겠다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장동혁의 '국회행' 권유와 한계
이런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의 핵심 전략은 이진숙 전 위원장을 대구시장 선거에서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장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전 위원장에게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를 제안하며 “대구보다 국회에서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이 전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장 시절 보여준 투쟁적인 면모가 국회에서 민주당과 맞설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장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 당의 정치적 자원을 재배치하려는 전략적 계산으로 읽힙니다. 자신도 과거 공천에서 탈락했다가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경험을 들며 설득에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이진숙 전 위원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그녀는 당의 컷오프 결정 자체를 비판하며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는 당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맞섰습니다. 장 대표의 권유가 실제로 무소속 출마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공천 혼란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도지사 후보를 찾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고, 전북지사 후보는 아예 나서는 이가 없는 상태입니다. 충북에서는 김영환 현 지사의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며 공천 절차가 뒤엉키는 등 전국적인 차원에서 국민의힘의 공천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부겸 효과와 변하는 선거 판도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부상한 인물은 김부겸 전 총리입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그는 은퇴를 번복하고 출마한 배경에 대해 지역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대구 사투리를 사용한 친근한 소통과 함께,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민투표 추진, 기업은행 대구 이전 유치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며 실용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그의 강세는 뚜렷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구시장 인물 적합도에서 김부겸 전 총리가 49.5%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의 유력 후보인 추경호 의원은 15.9%에 그쳤습니다. 가상 대결에서도 52.3% 대 36.5%로 김 전 총리가 우위를 보였습니다. 이 수치는 대구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김부겸이라는 변수에게서 오는 ‘변화’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대구 현지에서는 중앙 정치권의 예상과는 다른 민심이 흐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며, ‘심판론’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천 과정의 난맥상은 이런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입니다. 반면, 김부겸 전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4년 임기와 자신의 시장 임기 4년이 겹치는 점을 강조하며 “가장 잘 써먹을 일꾼”이라고 자칭하며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실질적 성과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공천 실패로 인한 보수 진영의 분열과, 강력한 야당 후보의 등장이 맞물려 역사적인 판도 변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이진숙 두 사람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이미 민심의 흐름은 크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국민의힘에게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대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자, 김부겸 전 총리에게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