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린 역사적 판단
법원이 12·3 비상계엄에 대해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조치’라는 첫 공식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와 함께 계엄 선포의 ‘동력’이 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형량도 함께 선고되었는데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부정선거 수사 명목의 ‘제2수사단’ 구성 과정에서 군인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전달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판결은 내란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중 첫 선고라는 점에서 향후 관련 재판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지만, 법률이 정한 요건과 한계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당시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으며, 이에 따른 계엄 선포는 위헌적이고 위법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겁니다. 이는 과거사 진실 규명 과정에서 계엄령의 적법성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지만, 법원이 위헌·위법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제2수사단’ 구성과 개인정보 유출
판결의 쟁점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부터 관여한 ‘제2수사단’ 구성 과정입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그는 구삼회 전 육군2기갑여단장,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 등을 지휘부로 지명하며 수사단 구성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보사 요원들의 명단을 요구해 전달받았고,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노 전 사령관 측은 이 인력 구성을 ‘대량 탈북 사태 대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수집된 정보가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수사, 즉 ‘부정선거 수사’라는 위법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수사단 구성은 계엄 선포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특정 시점에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지적하며, 그의 행위가 위헌적 계엄 선포로 가는 과정을 추동한 ‘동력’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진급 약속과 교환으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도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김모 대령과 구 전 여단장의 진술 신빙성을 받아들여,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권자와의 관계를 이용해 인사 관여를 시도한 점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파장과 향후 과제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인정보법 위반이나 뇌물사건을 넘어, 불법적 계엄 선포 시도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책임을 규명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의 범행이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 선포 단계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하며, 사건의 중대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개인정보가 군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고 알선수재 범행이 완성되지 않은 점 등은 양형 과정에서 참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아직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1심 판결은 이러한 남은 혐의에 대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번 ‘위헌·위법’ 판단은 향후 계엄령과 관련된 모든 법적·정치적 논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노 전 사령관은 다른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등 법정 대응을 이어가고 있어, 사건의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