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미사일에 피격된 나무호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 '나무호'가 이란산 대함미사일에 두 차례 피격당한 사건, 정부는 23일 만에 공격 비행체가 이란에서 개발한 '누르' 계열 미사일임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등 합동조사단이 선체 잔해를 분석한 결과, 엔진과 탄두, 도장 등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과 하늘색 도색이 발견됐는데요. 첫 번째 미사일은 불발됐으나 두 번째가 기폭하면서 선미에 5m·7m 규모의 파공이 생겼습니다.
미사일은 이란 본토에서 약 90100km 떨어진 지점에서 67분간 비행한 뒤 나무호를 타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나 해군 소속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고의성과 구체적인 공격 주체에 대해서는 확정을 피했습니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증거는 이란을 가리키지만, 상대방의 인정 없이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부의 초치와 이란의 부인
정부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력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쿠제치 대사는 이란의 개입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사건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이란은 모든 선박의 안전한 통과에 관심이 크다"며 "이는 가짜 깃발 작전"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란 측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한-이란 관계는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에는 현재 한국 선박 25척이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해양자유연합(MFC)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구체적 결정은 추가 검토 후 이뤄질 전망입니다.
여야의 엇갈린 반응
더불어민주당은 "이란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즉각 사과를 촉구한다"는 입장입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민간 선박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진상 규명을 위한 협조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집중 비판했습니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에 약점이라도 있냐"며 대통령의 침묵을 지적했고,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23일간의 지연을 '외교·군사적 실패'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사과할 가능성이 낮아 외교적 파장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부가 공격 주체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점도 향후 대응에 걸림돌이 될 전망인데요. 한국은 이란과의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면서도 국제사회에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의 안전 확보와 재발 방지 대책이 최대 쟁점입니다. 미국의 다국적 협의체 참여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의 선택이 사건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