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도 몰랐던 극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러시아에 극비리 파견했습니다. 이번 방문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조차 사전에 알지 못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었는데요. 기존에 신뢰하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나 재러드 쿠슈너 등의 외교 채널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하자, 정보기관 수장을 직접 보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랫클리프 국장은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면담하며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사실 푸틴 대통령이 전직 정보요원 출신인 점을 고려할 때, 일반 외교 라인보다 정보기관 간 직접 소통 채널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이번 만남은 2021년 11월 윌리엄 번스 당시 CIA 국장의 모스크바 방문 이후 약 5년 만의 이례적인 접촉입니다.
최전선 병사의 수명이 35분?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최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군인의 기대 수명이 35분 미만에 불과하다고 전달했는데요. 또한 지난 18개월 동안 러시아가 새롭게 점령한 영토가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정보 공유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습니다. 랫클리프 국장은 전쟁을 계속할 경우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나아가기 전에 합의에 나설 것을 권고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드론 기술을 적극 활용한 강력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적 낙관론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죠.
종전을 넘어선 외교적 압박
이번 방문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촉구만은 아니었습니다. 랫클리프 국장은 러시아에 이란과의 경제 및 안보 관계 단절을 강력히 요구했는데요. 러시아가 이란에 드론 등 무기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미군 목표물 관련 정보까지 넘긴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경계하는 메시지도 전달되었습니다. 랫클리프 국장은 나토 헌장 제5조를 언급하며 회원국 공격 시 전체 연합의 대응이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 영토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혀 상반된 모습을 보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랫클리프 국장의 방문을 통상적인 일정이라고 일축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한편 랫클리프 국장은 모스크바행 전 우크라이나 측에 이 방문이 정보 탐색 목적이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확약했습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협상이 다음 달 재개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접촉이 전쟁 종식을 위한 실질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와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냉혹한 평가를 수용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