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NCG 회의, '재래식 방위 주도' 첫 명기…확장억제는 유지하되 변화의 조짐

노뉴조아
22개의 관련 기사

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2일 오후 3:19

발행: 2025년 12월 12일 오후 3:19

요약 생성중...

이재명·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한국의 '재래식 방위 주도' 역할이 공동성명에 처음 명기되며 동맹 내 역할 재조정의 신호를 보냈다. 미국은 확장억제 제공을 재확인했으나, 성명 항목은 12개에서 5개로 축소되고 북한 '정권 종말' 경고 등 강력한 표현은 삭제되어 실무 협력 중심으로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NCG 채널을 통한 협력은 지속하기로 했으나, 새로운 역할 분담의 구체적 실행과 신뢰 구축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역할 재정립의 시작점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제5차 회의가 워싱턴DC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11개월 만에 재개된 이번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성명에 한국이 한반도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명기된 점입니다. 한국 측 대표인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며 자체 방어 능력 강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반면, 미국 측은 로버트 수퍼 수석부차관보대행을 통해 핵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능력으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습니다. 새로운 정부 체제 아래, 동맹의 역할 분담에 대한 미묘한 재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표현의 추가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기조와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이라는 맥락에서 읽혀집니다. 과거에는 미국의 핵 억제력 제공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그 억제력의 중요한 한 축으로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미 동맹이 단순한 보호자-피보호자 관계를 넘어 상호 보완적이고 균형 잡힌 파트너십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구체적인 문구로 나타난 셈입니다.

사라진 문구와 축소된 성명

그러나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희미해진 북핵 불용 의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공동성명 자체의 '축소'에서 비롯됩니다. 지난 1월 제4차 회의 성명이 12개 항목이었던 반면, 이번 성명은 5개 항목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민감한 표현들의 삭제입니다. 북한의 어떠한 핵공격도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과거의 강력한 경고 문구는 이번 성명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자체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확장억제의 실행 방식을 의미했던 '공동기획 및 공동실행'이라는 표현과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에 대한 공약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압박 수위를 조절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또한, 핵 공유 논의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논쟁을 최소화하고 실무적 협력에 집중하겠다는 양국의 의지로도 읽힙니다. 성명의 분량이 줄고 표현이 완화된 것은 협의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정부 간에 보다 실질적이고 관리 가능한 협력 의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재정비'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무 협력의 지속과 도전 과제

표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NCG가 한미 확장억제 협의의 핵심 채널로서 기능을 지속한다는 점은 확실히 재확인되었습니다. 양국은 정보 공유, 핵·재래식 전력 통합(CNI) 연습, 모의훈련(TTS), 도상훈련(TTX) 등 실무적 협력 활동이 잠재적 위기 상황에서 동맹의 협력적 의사결정을 강화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제6차 회의 개최를 승인한 것도 이러한 협력 메커니즘의 정례화와 지속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도 분명합니다. 한국의 재래식 방위 주도 역할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능력과 책임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확장억제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에 대한 해석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또한, 과거 성명에서 삭제된 '공동기획' 같은 표현의 부재가 미국의 확장억제 의지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상 안보 비용 분담 문제가 향후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이번 NCG 회의는 새로운 시대의 한미 동맹이 맞닥뜨린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강력한 언변보다는 실질적 협력에, 일방적 보호보다는 상호 보완적 역할 분담에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과정입니다. 양국이 선언적 공약을 넘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협력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가 향후 동맹의 견고함을 가를 핵심 기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