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조용히" 파문에 국수본 수뇌부 줄기소
검찰이 지난 5월 발생한 장윤기 여고생 살인 사건과 관련해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성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강간 사건은 조용히 하라"며 살인 사건과 성범죄를 분리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수사본부 강력계장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성폭력범죄수사계장 등 핵심 수사 지휘부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고, 광산경찰서 수사팀 일부는 증거 인멸과 비밀 누설 혐의로 추가 기소되었습니다.
분리수사 지시, 업무 지시인가 은폐 시도인가
검찰은 박 전 본부장이 조직 과오를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수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합니다. 일선 경찰서가 살인과 성범죄를 병합 수사하자고 여러 차례 건의했음에도 묵살했고, 이 때문에 장윤기의 범행 동기와 강간살인죄 성립 여부가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는 겁니다. 당연히 검찰은 이를 직권남용으로 규정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박 전 본부장은 해당 지시가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 지시였으며, 기능별 철저 수사와 보안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그는 검찰의 기소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가 지나치게 왜곡되고 폄하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면서도 향후 재판에서 무리한 기소였음을 당당히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과오 논란과 남은 과제
사실 이번 사건은 장윤기가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스토킹·강간·감금 사건에 경찰이 미흡하게 대응한 끝에 일면식 없는 여고생까지 살해한 비극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 외국인 여성이 신고했음에도 현장 경찰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는 등 초동 대응에 허술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단순히 지휘부의 문제를 넘어 경찰 조직 전반의 대응 체계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향후 재판에서는 박 전 본부장의 지시가 정당한 수사 지휘권 행사였는지, 아니면 조직 보호를 위한 위법한 개입이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이번 기소가 경찰의 부실 대응과 수사 은폐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수사 지휘부의 정당한 권한을 침해하는 선례가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