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직전에 집중된 400여 개 채널 폐쇄
구글이 최근 한국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 449개를 한꺼번에 폐쇄했습니다. 구글 위협분석그룹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채널은 조직적인 여론 개입에 동원된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전체 폐쇄 채널의 81.7%에 해당하는 367개가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5월에 집중적으로 제재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납니다.
월별로 보면 4월 22개, 5월 367개, 6월 60개 순으로 폐쇄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집중도는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구글 역시 이들이 개인 이용자의 자발적 활동처럼 위장한 채 여론에 개입한 것으로 분석했으며, 총 11개의 조직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정부 비판과 지지, 모두 조작 네트워크에 포함되었다
이번에 폐쇄된 채널들의 성향은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를 비판한 채널 142개를 비롯해 정부를 지지한 채널 71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한 채널들도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정부와 특정 정당을 동시에 비판하거나, 정부를 옹호하며 특정 정당을 공격하는 등 양면에 걸친 콘텐츠도 적발되었죠.
구글은 이들을 탐지한 근거로 정치적 견해가 아닌 기술적 신호와 행동 패턴을 들었습니다. 계정 간의 연결성이나 콘텐츠 유포 방식 같은 경험적 데이터를 분석해 조직적 영향 공작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 연계 사례와는 달리, 한국어 채널의 운영 주체나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배후는 안개 속, 국내 대응은 어디까지 왔나
구글이 채널 정보만 남기고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내 수사기관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과거 드루킹 사건처럼 포털 업무방해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범죄 성립 여부를 가리기 위한 핵심 증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구글이 자체 제재를 마친 뒤에는 한국 당국이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정보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사실 이런 디지털 정보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루마니아에서는 러시아의 개입 의심으로 대선 1차 투표가 무효화되기도 했고, KAIST 연구팀은 네이버 댓글에서 외국 세력으로 의심되는 계정 2만 3,998개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대만은 각각 전담 기관을 설립해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한국 역시 초당적이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에 대비한 실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