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끝나서야 날아온 대피 문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경남 거제와 통영 지역에서 인명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사실 피해 규모만큼이나 주목받는 건 재난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 시스템의 허술함인데요.
통영시 곤리도에서는 지난 17일 새벽 4시 반쯤 산사태가 발생해 60대 여성이 휩쓸렸습니다. 해경이 현장 구조를 마친 뒤인 오전 7시가 돼서야 대피 문자가 발송됐습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구조까지 끝난 뒤에 뒷북 대응이 이뤄진 셈입니다. 통영시청은 새벽 시간대 기상 상황 판단이 어려웠고, 당직 공무원들이 산사태 전문가가 아니었다며 행정 절차상의 한계를 인정했습니다.
거제시 옥포동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는데, 시청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산사태로 볼 것인지, 인공 지대의 법면 유실로 볼 것인지를 두고 말이죠.
복구비 떠넘기기 논란
이 용어 논쟁은 단순한 명칭 싸움이 아닙니다. 자연 지대의 산사태는 자연재해로 분류돼 국가와 지자체가 복구를 책임지지만, 인공 지대의 법면 유실은 인재로 간주돼 소유주가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결국 거제시청은 해당 사고를 법면 유실로 결론 내렸고, 피해 주민들이 관리비 형태로 복구비를 떠안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연히 주민들의 분노는 컸습니다. 과거 2022년 서울 동작구 아파트 옹벽 붕괴 사고 때는 행정상 인재였음에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됐던 전례가 있는데요. 다행히 거제와 통영 역시 최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거제시는 주민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복구 현장은 달라지고 있나
행정적 혼란 속에서도 복구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통영시는 산림청의 전문 인력과 장비 지원을 받아 산양읍과 봉평동 등 특별재난지역을 중심으로 토사 제거와 도로 정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봉전마을, 일운마을, 신봉마을 등 피해가 집중된 곳에서 긴급 작업이 이뤄졌는데요. 지난주 47명의 인력과 굴삭기 등 장비 11대가 투입됐고, 이번 주에도 매일 25명과 진화차 6대가 현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거제 아파트 사면 붕괴와 관련해서도 위험 1등급 지역이 방치됐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인공 사면이라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관리돼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중복 지정이 불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피해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재난 초기의 민첩한 대응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