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시작된 논란
지난 6월 29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에서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 팀 광주제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같은 응원 구호를 반복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 구호들은 과거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명칭을 써서 물의를 빚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이어서, 다수의 시민과 광주 지역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배재고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학교 측은 구호를 선창한 선수 2명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태 나흘 만인 7월 6일, 배재고 야구부원 36명 전원과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이 광주를 찾아 공식 사과를 전한 뒤 국립 5·18 민주묘지를 함께 참배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교육감이 함께 동행해 화해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정치권과 사회로 번진 갈등
그런데 사건은 학생들의 반성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SNS에서 5·18이 성역이 되어 어린 학생들의 일탈조차 수용되지 못하는 모습이 북한과 같다고 비판했고, 보수 성향 단체들은 협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상대 선수와 사회에 끼친 해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게 사회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며 엄정한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어른들이 진영 대결로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방송인 홍석천은 정확한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짚은 반면, 가수 JK김동욱은 해프닝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반문하는 등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시각이 엇갈렸습니다. 이처럼 사건이 정치적 공방과 진영 논리로 번지면서 본질적 쟁점이 희석되는 양상이 나타난 겁니다.
교육적 화해와 남겨진 과제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사과 결정이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나치 범죄 역사를 교육해 혐오와 차별이 문화로 굳어지는 걸 막은 독일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사건을 국민적 성찰과 입법·교육 개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7월 8일부터 배재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역사 및 차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시내 모든 학교 운동부의 인권 교육 실태를 점검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습니다.
배재학당 총동창회는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협회에 제출했고, 법조계에서는 고3 학생들의 드래프트와 대입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가처분 신청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6개월 정지 징계의 실효 범위는 8월 봉황대기에 한정돼 형식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혐오가 놀이처럼 청소년 사이에 번지는 현실을 마주할 때, 이번 사과가 진정한 화해와 교육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사회 전반의 성찰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