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을 향한 발걸음, 거대 바위가 막아섰다
네팔 대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 9일째인 3일, 구조 현장의 날씨와 지형은 여전히 수색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7차례 등정한 젠젠 라마를 비롯한 셰르파 6명은 원래 마나슬루 원정에 합류할 예정이었지만 생업을 접고 자발적으로 터널 수색에 나섰는데요. 이들은 고산 등반 기술을 동원해 진흙으로 가득 찬 터널을 뚫고 약 100m까지 진입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고 수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실종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 터널 앞에서는 거대한 바위가 길을 막아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긴급구호대 역시 헬기를 띄워 람체 지역 수색에 나섰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이륙 30분 만에 회항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악천후와 험한 지형은 수색의 가장 큰 적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은 헬기와 드론 6기, 수색견까지 동원해 강 하류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네팔 군부대는 소형 포클레인으로 터널 진입로를 복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존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
이번 재해는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네팔과 중국 국경을 강타한 대홍수로 1,273명이 숨지고 4,757명이 실종되었으며, 네팔 국민의 5%에 해당하는 160만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수도 카트만두는 이재민과 유족들이 몰려들어 보호소와 장례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많은 이들이 임시 텐트에서 버티고 있는 열악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구조대가 터널 수색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생존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네팔 당국은 수력발전소 터널 중 일부에 산소 파이프와 식량, 물이 남아 있어 약 90명의 직원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트리슐리 3A 발전소 등은 아직 내부에 공기와 식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실종자 가족들이 절박하게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현장에서 근무했던 처링라마는 이번 참사를 기후 위기의 결과로 규정하며, 화석연료 사용이 많은 국가들이 네팔의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기다림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9일째인 만큼 72시간의 구조 골든타임은 한참 지난 상태입니다. 위어댐에서 실종된 한국인의 가족은 수색이 다른 지역보다 늦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고, 동료들은 사고 전날까지 가족처럼 지내던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수시로 상황을 공유하며 가족들과 소통하고 있고, 신속 DNA 분석기 4대를 현지에 지원하는 등 신원 확인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구호대는 앞으로 헬기와 드론으로 공중 수색을 우선 진행한 뒤, 특이점이 발견되면 육로 수색을 병행하며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을 감추지 않으며, 생사 확인과 구조를 위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