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비명, 폭우 없이 덮친 홍수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에서 폭우도, 지진도 없이 발생한 대홍수가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진흙밭으로 변했고, 병원 앞에는 실종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389명을 넘었고, 실종자는 1,500명에 육박하는 참사가 펼쳐졌습니다.
이번 홍수는 일반적인 기상 재난과 달랐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거대한 물벽이 좁은 협곡을 타고 하류를 덮쳤는데요. 생존자들은 불과 30분 만에 시장 전체가 사라지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강과 마을을 삼킨 시속 170km의 물벽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초 규모 4.4의 지진으로 발표했던 진동을 정정했습니다. 실제로는 해발 5,200m 고지의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며 발생한 산사태 진동이었는데요. 이 거대한 잔해가 강을 막아 자연댐을 만들었다가 붕괴하면서, 시속 170km에 달하는 토사류가 순식간에 하류로 밀려난 것입니다.
문제는 기존의 조기 경보 시스템이 이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네팔의 관측망은 주로 강수량과 하천 수위에 의존하고 있어, 고산지대 빙하 붕괴를 사전에 포착하기 어려웠습니다. 경보가 울렸을 때는 이미 급류가 마을에 도달한 뒤였고, 중국과의 하천 수위 정보 공유 협력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구 동토 융해와 빙하 감소가 이번 참사의 근본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네팔의 얼음량은 30여 년 만에 3분의 1가량 사라졌는데요. 다만 ICIMOD는 기후 변화의 영향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특정 사건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의 눈물과 국제 구조의 속도
도로가 40km 이상 끊기고 교량 수십 개가 유실되면서 피해 마을은 고립되었습니다. 네팔 당국은 1만 7천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험한 지형과 악천후 속에서 진흙 속 매몰자 수색에 큰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헬기를 동원한 공중 구조가 유일한 수단이지만, 소형 기체 위주라 대규모 수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재난에는 한국인 9명이 실종되어 우리 정부도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이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소 현장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는데요. 외교부와 소방, 경찰로 구성된 합동 신속대응팀이 현지에 도착해 네팔 당국과 협력하며 수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은 5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며 자체 구호 활동에 나섰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6세의 래퍼 출신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취임 5개월 만에 맞이한 초대형 재난에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수위 상승 소식에 불안해하며 다시 피난길에 오르는 주민들의 모습 속에서, 히말라야 지역의 재난 대응 체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