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5만명 돌파, 용산공원 갈등의 새 국면
용산공원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부 계획을 두고 시민들의 반발이 임계점에 다다랐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5만 명을 넘어서면서 해당 안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정식 심사를 받게 됐는데요. 청원인들은 2007년부터 이어진 반환 부지 전체 공원화 원칙을 훼손하는 주택 공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법안이 법안심사소위나 공청회,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처리됐다며 절차적 정당성 상실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이른바 캠프킴 법안으로 불리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입니다. 캠프킴 등 주변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공원 및 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인데, 청원 측은 이 기준이 용산어린이정원 등 공원 본체 부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 번 훼손된 도심 녹지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용산공원 내 일부 훼손 부지를 활용해 청년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역사성과 녹지 기능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두 차례 회동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홍지선 국토부 제2차관이 신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3차 회동 일정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역사와 실용 사이, 20년의 가치 대립
이번 갈등은 단순한 택지 개발 문제를 넘어선 가치 판단의 충돌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용산기지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선포했고, 이후 특별법을 통해 보존 가치를 법제화했습니다. 당시에도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는 심각했지만, 역사적 의무와 자연 보존을 우선에 둔 선택이었습니다.
반면 현재 이재명 정부는 2022년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기본주택 공급의 연장선에서 용산공원 일부 지역에 청년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 안정과 청년 세대의 주거권 보장이라는 실용적 가치에 무게를 둔 것인데요. 이는 같은 민주당 계열 정부라도 2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극명한 대조로 읽히고 있습니다.
논단을 통해 이 문제를 다룬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성과에 대한 과욕이 역사적 과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청년주택 공급이 절실한 건 사실이지만, 그 수단으로 용산공원을 선택하는 것은 대안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불구한 집착일 수 있다는 겁니다.
탄천 대안과 협의의 미로
서울시는 용산공원 대신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주택 공급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약 39만3천㎡ 규모의 이 부지는 지하화를 통해 1만~1만3천 가구를 공급하고, 상부에는 청년 특화 산업단지와 AI 연구개발 센터를 조성하는 구상입니다. 현장 확인 결과 비 오는 날에도 인근 지역에서는 악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대청역과의 뛰어난 접근성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물재생센터를 이전할 신규 부지 확보가 선결 과제라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용산공원을 둘러싼 갈등은 적절한 대안 부지를 찾는 문제와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향후 홍지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면, 정부와 서울시 간의 고위급 협의가 재개될 전망입니다. 홍 후보자는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해 정책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국회에서의 청원 심사 결과와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조율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