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지켜본 끔찍한 순간
2026년 9월, 이혼 소송 중이던 한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30대 공무원인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아내 거처를 찾아가 비옷을 벗은 뒤 30분가량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안타깝게도 현장에는 다섯 살 딸이 함께 있었고, 아이는 아버지의 폭력 장면을 그대로 목격해야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부는 이미 여러 차례 위기 신호를 보였습니다. 피해 여성은 가정폭력을 두 차례 신고했고, 경찰도 출동했으며 법원에서 임시보호조치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비극은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5살 아이가 부모의 원치 않는 결말을 눈앞에서 본 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후유증은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신고가 막아내지 못한 비극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를 두 차례 접수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위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구속영장조차 가정폭력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법원은 임시보호 명령을 내렸지만 피해자의 주소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이혼소장과 경위서를 통해 아내의 거주 정보를 확인한 뒤 범행을 감행했습니다.
스마트워치나 접근금지 명령 같은 기술적·법적 장치 역시 실효성에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스마트워치는 자동 신고가 아니라 착용자가 직접 신호를 보내야 작동하고, 접근금지 명령을 어겼을 때 제대로 된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 소송 서류를 통해 주소가 노출되는 등 개인정보 보호망이 허술했던 점도 결정적 허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제도의 틈새를 파고든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혼자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여줍니다.
줄어드는 예산과 반복되는 죽음
이번 사건을 두고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위험 판단 기준을 강화하고, 피해자의 신원과 거주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도 관련 예산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년도 성평등가족부 예산안에서 여성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안전 인권 예산이 전년보다 4.1% 감액되었습니다. 단체들은 혼인 장려 예산은 늘어나는 반면,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예산이 삭감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가가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비극은 결코 마지막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