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위험한 기술의 진화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지리정보 분석업체 ‘미자르비전’은 소셜미디어에 흥미로운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바로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배치된 F-22 스텔스 전투기와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상세한 위치 사진이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USS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의 이동 경로와 요르단에 배치된 사드(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배치 현황까지 공개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정보가 정부 기밀문서가 아니라, 상업용 위성사진, 항공기 위치정보,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 같은 공개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낸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미국 국방부는 물론 전 세계 정보 당국이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정보기관만이 할 수 있었던 고급 군사 정보 수집과 분석을, 이제 민간 기업이 AI를 앞세워 선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미자르비전은 이란의 ‘장대한 분노 작전’이 시작되기 전후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고, 그 결과를 꾸준히 공개해 왔습니다. 일부에서 공개된 기지가 이후 이란의 공격을 받은 정황도 있어 안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의 그늘, 민간기업 뒤에 서다
이런 활동을 하는 중국 기업은 한 곳이 아닙니다. 방위 기술 기업 ‘징안 테크놀로지’는 전쟁 초기 미군의 스텔스 폭격기 B-2A 간의 통신 내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이 회사에 따르면 그동안 미군 함정 100척 이상과 군용기 수십 대의 움직임을 추적해 왔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중국 정부의 ‘군민융합’ 정책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미자르비전은 인민해방군을 위한 국가 군사 표준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징안 테크놀로지도 정부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당국은 이들 기업의 활동이 단순한 상업적 정보 판매를 넘어, 중국 정부의 군사력 강화와 전략적 정보 수집에 기여하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라이언 페다시우크 연구원은 “중국의 지리정보 분석 기업들이 증가하면 중국의 방위 능력과 미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죠. 쉽게 말해,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의 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적국의 군사 동향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새로운 전장, 데이터와 AI의 대결
이런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당사자인 미국입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적대국들이 기밀 정보를 이란에 넘기는 정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예고했죠. 실제로 미국 정부는 플래닛랩스 등 주요 민간 위성기업에 중동 분쟁 지역의 위성사진 판매를 전면 중단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공개 데이터의 원천을 차단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정보 유출 사건이 아니라 전쟁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미국의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시암 상카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이란 전쟁을 **“AI가 중심적 역할을 한 첫 주요 전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미국도 이란 공습 작전 시 팔란티어의 AI 시스템을 활용해 24시간 만에 1000개가 넘는 표적을 타격한 바 있습니다. 이제 전쟁은 전장에서의 혈투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확보하고 AI로 분석하는 속도전으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국은 민간 기술의 안보 악용을 막는 법적, 기술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에 빠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