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스 차단, 글로벌 AI 공급망의 민낯
지난 6월, 앤트로픽이 공개한 최신 AI 모델 클로드 페이블5와 미토스5가 출시 사흘 만에 전 세계 사용자들의 접근이 전면 차단되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국적자의 사용을 제한하라고 지시했는데, 실시간 국적 필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앤트로픽은 모든 지역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CEO 게리 탄은 시간당 1,200만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경제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의 정책 결정만으로 전 세계 AI 기반 업무가 즉각 멈출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해 보안 업무용 AI 클로드 미토스를 활용해 왔는데, 이번 차단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국내 핵심 인프라가 해외 최첨단 모델에 무방비로 의존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입니다.
에비앙에서 벌어진 기술 동맹의 무대
같은 시기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이 각국 정상과 나란히 배석하며 사실상 준국가 행위자로서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이들은 서방 민주주의 진영 중심의 국제 AI 협력체 구축을 강조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기술 동맹 논의를 주도했습니다. 당연히 이들의 발언권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앤트로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토스 운영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AI 기업은 이제 상업 주체를 넘어 지정학적 힘을 직접 행사하는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반면 앤트로픽은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통제 관련 질문에 블로그를 보라는 식의 소극적 답변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이 국내 시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복원력의 길
이번 사태가 던진 본질적인 질문은 단순합니다. 해외 최첨단 모델에 접근하지 못할 때 국가와 산업이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 AI연구원의 엑사원, SK텔레콤의 통신 특화 AI 등 독자 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과 금융, 보안 등 핵심 분야에서의 대체 가능성과 통제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국 AI 주권은 단순한 국산화가 아니라, 외부 충격 속에서도 핵심 업무가 유지되는 복원력을 갖추는 것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모델을 활용하면서도 국내에서 통제 가능한 플랜B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정부와 기업은 조달 계약에 접근 중단 통지, 데이터 이전권, 대체 모델 전환 조항을 명시하고 국내 백업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미토스 사태는 AI 수출통제 시대의 경고등입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이어가되, 언제든 스스로의 전원 스위치를 지킬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