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대화에도 여전히 닫힌 문
미국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세 차례의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안정시켰다며, 현재도 어떤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역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에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트럼프-김 정상회담이 언제든 가능하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사실 이런 미국의 제안과 달리 북한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더욱 위험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긴장 완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계속 닫혀 있던 대화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비핵화 대신 현실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비핵화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나 군축을 위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200개 가까이 늘리는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활용해 물꼬를 트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는데요.
판다 연구원은 21세기 한반도의 새로운 목표로 '안정적 공존'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는 유지하되, 현실적으로 핵을 보유한 북한과 적대 관계 속에서도 대규모 충돌이나 핵전쟁을 막는 실용적인 접근법입니다. 특히 북한의 부족한 위험 관리 능력과 한국의 킬체인 능력이 맞물릴 경우 충돌 초기 핵무기 사용 위험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화를 통한 위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입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출구는 어디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지시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다 연구원은 이를 잘못된 선택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쌓은 정치적 자본을 활용해 대화의 조건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미국의 참수 위협을 피하고 제재 해제 등 실리를 얻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북한은 대미 정책에 추호의 변화가 없다며 끝까지 최강경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북 외교 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 팀을 가동해 국익을 보호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단순한 정상회담 이상의 관계 재구성 없이는 한반도의 긴장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