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장 옆에 놓인 죽 용기 안의 발가락
서울의 한 요양병원 공용 냉장고에서 일회용 죽 용기에 담긴 환자의 절단된 발가락이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냉장고에는 다른 환자들의 쌈장과 음료수 등 식품이 함께 보관되어 있었는데요. 발가락의 주인은 10년째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지적장애를 가진 60대 환자였습니다. 지난 3월 목욕을 위해 휠체어로 이동하던 중 넘어지면서, 피부병으로 괴사가 진행 중이던 발가락이 절단되었다고 합니다.
가족이 병원을 방문해 직접 발견한 이 사실은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냉장고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보호자는 간호 일지를 통해 뒤늦게 발가락 절단 경위를 알게 되었으며, 병원을 찾았다가 공용 냉장고 안의 죽 용기를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 환자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간호 일지에 족부 궤양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가족에게 상태를 뒤늦게 전달한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용기가 없었다"는 병원의 해명
병원은 절단된 발가락을 즉시 적절히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항의하자 병원 관계자는 마땅한 보관 용기가 없었다고 답했는데요. 이후 취재가 시작되자 담당 간호사가 급하게 보관하다 벌어진 실수라며, 폐기는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을 바꿨습니다.
당연히 이번 조치는 여러 법규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인체 조직을 포함한 의료폐기물은 반드시 전용 용기에 담아 다른 물품과 분리 수집해야 합니다. 또한 식품위생법상 의료폐기물을 식품과 함께 보관하는 행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에 대한 행정조사를 지자체에 요청할 예정입니다.
인천 절단 다리 사건에 이어지는 관리 부실
사실 이번 사건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6월 인천 송도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80대 환자의 절단된 다리가 재활용품 처리시설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병원은 전용 용기와 냉장 시설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수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최근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의료폐기물 관리 규정을 위반한 종합병원은 18곳, 기타 배출 사업장은 108곳에 달합니다. 보관 기간 초과나 상온 보관 등의 위반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겁니다. 2010년 대구 사례나 2023년 부산 동물병원 점검 결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요양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를 돌보는 곳인 만큼 의료폐기물 관리와 환자 상태 통보 모두 철저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원의 실수를 넘어, 취약계층 환자를 둘러싼 관리 체계 전반을 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