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바다 지킨 첫 잠수함 장보고함, 마지막 항해로 역사 속으로

한연v한
9개의 관련 기사

일 년 전 수정 · 2025년 11월 20일 오전 3:03

발행: 2025년 11월 20일 오전 3:03

요약 생성중...

한국 해군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이 34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퇴역을 앞두고 마지막 항해를 마쳤다. 1992년 독일에서 도입된 장보고함은 63만km가 넘는 항해를 통해 한국 잠수함 전력의 초석을 다졌으며, 2004년 림팩 훈련에서 미 항공모함 모의 격침 성공 등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퇴역 후에는 방산 수출 및 국제 협력에 활용될 예정이다.

침묵의 수호자, 그 마지막 항해

34년간 한국 해양을 지켜온 첫 잠수함 장보고함이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지난 19일 진해군항에서 열린 마지막 항해에는 초대 함장을 비롯한 인수 요원들이 함께 자리를 함께하며 30여 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해군 잠수함들은 기적을 울리며 이 침묵의 수호자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했습니다.

장보고함은 1992년 독일에서 도입된 이후 총 34만2,000해리(약 63만3,000km)를 항해했습니다. 지구를 15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이 거대한 항해 기록은 한국 해군 잠수함 부대의 성장 역사 그 자체입니다. 2023년까지 작전 임무를 수행한 뒤 훈련함으로 전환되었으며, 올해 말 공식적으로 퇴역할 예정입니다.

잠수함 강국으로의 도약

장보고함의 도입은 한국 해군에게 혁명적인 변화였습니다. 1970년대 북한이 로미오급 잠수함을 확보한 반면, 한국군은 수중 전력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죠. 미국의 반대와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중, 1987년 독일과의 비밀 협상을 통해 장보고함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해군 장교들은 서울역 대우빌딩에서 사복을 입고 근무하며 보안을 유지해야 했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되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장보고함은 한국이 세계 43번째 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자체 건조 기술 확보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장보고함 이후 1200톤급 2번함부터 8척을 국내에서 건조했고, 2021년에는 한국 독자 설계로 건조된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이 취역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전설이 된 작전 성과

장보고함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찾아왔습니다. 당시 장보고함은 미국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어뢰로 명중시키고도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요. 미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찬사를 받은 이 작전은 한국 해군의 잠수함 운용 능력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이었습니다.

1997년 하와이 파견 훈련에서는 1만 해상마일 단독 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단순한 훈련 기록을 넘어, 한국 해군이 세계적인 잠수함 운용국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개척자들의 투쟁과 헌신

초대 함장 안병구 예비역 준장은 장보고함의 역사를 함께한 핵심 인물입니다. 그는 "장보고함 도입 이전에는 수중이 해군의 영역이 아니었다"고 회상하며, 장보고함을 '해양의 개척자'로 칭했습니다. 독일에서의 2년간의 교육 훈련을 통해 승조원들을 직접 선발하고 훈련시키며 한국 잠수함 부대의 기반을 다졌죠.

잠수함 생활은 험난했습니다. 1.1평 남짓한 공간에서 3명이 침대를 돌려가며 사용하고, 물 사용에 제약을 받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승조원들은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는 안전 신조를 지키며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안 전 함장은 잠수함 승조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급여 인상 및 진급 혜택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해

장보고함의 퇴역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해군은 장보고함을 방산 수출 및 국제 협력에 활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미 유지·보수가 잘 되어 있어 중고 도입을 원하는 국가들이 많을 정도로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죠. 한국은 이제 잠수함을 수출하는 나라로 발돋움하며 독일과 기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이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기술 발전의 결과입니다. 장보고함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은 3,600톤급 장영실함과 2030년 후반 배치 목표의 핵추진잠수함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34년간의 여정을 마친 장보고함이 남긴 유산은 한국 해군이 더 큰 바다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