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두 번째로 커진 비극
2026년 5월 이투리 주에서 시작된 에볼라 유행이 전례 없는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누적 확진자는 4,000명을 넘어 섰고, 사망자는 1,850명에 달하는데요. 치명률이 45.7%에 달하는 이번 유행은 확진자 수 기준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졌던 종전 최대 기록마저 넘어섰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의 상황이 심각한데, 전체 확진자의 4분의 1 정도가 어린이임에도 사망자 중에서는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치명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숨진 어린이만 3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임산부들의 피해도 눈에 띕니다. 감염 공포로 병원을 찾지 않으면서 산모 사망률이 발병 이전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는데요. 이투리 주에서는 매주 평균 6명의 여성이 임신 관련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고 있어 유산 위험 또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치료소를 멀리하는 사람들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오히려 급감하고 있습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에서는 최근 몇 달 사이 병원 이용이 40% 이상 줄었는데, 이는 에볼라에 대한 두려움과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시신을 만지는 전통 장례 의식이 지속되면서 감염 위험이 커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치료 센터가 공격당하거나 안전 매장팀에 폭력이 가해지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분쟁이라는 악재가 겹쳤습니다. 이투리 주에서는 민족 갈등과 광물 쟁탈전으로 약 100만 명이 피난했는데, 이 중 80%가 여성과 어린이입니다. 난민촌의 열악한 위생 환경은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었고, 무장 단체들의 통제로 인해 접촉자 추적이나 의료 물품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미국의 인도적 지원 삭감으로 보건 시스템이 이미 약화된 상태에서 콜레라 유행까지 겹치면서 대응 역량은 더욱 부족해졌습니다.
백신 없는 변종과 국제사회의 시험대
이번 유행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희귀한 분디부교 변종의 출현입니다. 기존 자이르 변종에 사용되던 에르베보 백신이 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데요. 동물 실험에서는 교차 보호 효과가 확인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디부교 변종에 특화된 백신 개발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에르베보 백신을 포함한 임상 시험을 권고하며 대응을 서두리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수도 킨샤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보건당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킨샤사로 향하던 선박에서 32세 남성이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승객 300명 전원을 검사한 뒤에야 비상이 한숨 돌렸습니다. 이에 당국은 선박 감시를 대폭 강화했고, 유엔은 지역사회 활동가 1만 3천 명을 투입해 240만 명에게 예방 정보를 전달하며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이투리 주에서 질병 확산 속도가 대응 역량을 앞지르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